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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 문재인정부 방산비리 수사 설계도 존재하나
-검찰 방산비리 수사 KAI 정조준
-최순실-록히드마틴 연결고리 의혹 물증 찾나
-미공군 훈련기 T-50A 수출에 먹구름 우려도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문재인 정부 시작과 함께 방산비리가 청산해야 할 적폐 중의 적폐로 주목받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방산 비리 수사가 겨누고 있는 과녁이 과연 무엇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방산비리는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도 적폐로 규정됐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약간 성격이 다른 적폐로 규정되고 있는 듯한 모습이 포착된다. 바로 방산비리 수사의 초점을 최순실 등 비선실세의 행적과 연관짓고 있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과도기에서 방산업계는 혼란 속에 빠진 모습이다. 방산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작과 함께 흔히들 말하는 검찰의 알아서 기는 수사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전통적으로 ‘정치 검찰’ 생리에 익숙한 검찰이 출범 초기 문재인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맞춤형’ 적폐청산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차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검찰이 지난 18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KAI 협력업체 T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이미 방산비리 수사의 타깃을 설정한 뒤 정권 입맛에 맞게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며 “지금 문제시되고 있는 각종 방산비리 수사는 이미 기존에 알려진 내용이 대부분이며, 지금 떠들썩하게 문제가 될 이유가 없는 사안이다. 검찰이 파악하고 있던 내용을 분위기에 맞춰 풀고 있는 것 같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왜 갑자기 방산비리의 몸통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목됐는지 의문을 표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검찰과 국민의 방산비리에 대한 눈높이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검찰의 현 행보를 이해하려면 현 검찰 측 ‘방산비리 수사 설계도’가 필요하다.

검찰은 26일 KAI의 원가 부풀리기 의혹과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KAI 경남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KAI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한 것은 지난 14일에 이어 두 번째다. 검찰은 지난 18일에는 협력업체 5곳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KAI를 중심에 둔 검찰의 방산비리 수사 관련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검찰은 KAI를 최순실 등 비선실세와 방산비리의 연결고리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최순실 등과 미국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의 유착설이 제기된 바 있지만, 아직 겉으로 드러난 물증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적폐청산이 국정 최우선 과제인 문재인 정부에서 최순실과 록히드마틴과의 연결고리가 될 ‘물증’ 찾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록히드마틴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국내 최대 방산업체가 바로 KAI다. 최순실을 핵심으로 한 적폐 한 가운데에 KAI가 있는 셈이다.

한국 국방부는 단기적으로 공군 차세대 전투기로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 40대를 수입하기로 결정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한국형 전투기를 자체 개발하기로 했다.

이 사업에는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간다. F-35 40대 수입에 약 7조3000억원, 한국형 전투기(KF-X) 120여대 개발 및 생산에 8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KAI는 지난해 1월 KAI 본사에서 체계개발사업 착수회의를 통해 KF-X 사업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사업단은 내년에 KF-X 시제기 제작에 착수하고 2022년에는 시제기 1호 초도비행을 실시할 계획이다. KF-X 사업 완료 목표 시점은 2026년이다.

그런데 F-35 수입과 KF-X는 일정 부분 연동돼 있다. 한국 정부가 F-35를 수입하면서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KF-X 사업에 적용하는 구조다. 또한 KAI는 자체 개발해 해외에 수출할 정도로 제품력을 인정받은 훈련기 T-50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A를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이뤄 개발 중이다. 최순실-록히드마틴 프레임에서 중간에 KAI가 낀 형국이다.

KAI는 록히드마틴과 T-50A를 올해 연말로 예정돼 있는 미군 공군 고등훈련기 사업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다.

T-50A가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로 선정되면 미 공군 노후 T-38 훈련기 350대를 대체하게 되고, 추가로 미 해군 고등훈련기 등 1000여대까지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200억달러(23조원대)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이다. 게다가 세계 최강인 미 공군에 납품하는 훈련기라는 ‘프리미엄’이 생겨 미국 외 해외 수출길도 열린다.

보잉-사브 컨소시엄, 미국 노스럽그루먼-영국 BAE시스템스 컨소시엄 등 세계적인 방산업체들이 경쟁자인 만큼 낙관할 수는 없지만, KAI 측은 성능이나 가격 면에서 압도적 비교 우위라며 자신감을 보여온 상태다.


지난 20일 오후 방산비리 수사를 받고 있는 KAI 서울 중림동 사무소에서 관계자들이 임시이사회가 열리고 있는 회의실 앞에 서 있다. 이날 오전 하성용 KAI 사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렇게 KAI가 록히드마틴과 밀접한 관계여서 검찰의 방산비리 수사 표적이 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우리 국방부가 유독 록히드마틴과 천문학적인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점도 그런 색안경에 설득력을 높인다. 이 때문에 최순실-록히드마틴 고리 사이에 KAI가 있을 가능성이 있고, 관련 물증을 잡으려면 KAI를 잡아야 한다는 논리가 지금의 KAI를 옥죄고 있는, 그런 형국이다.

KAI 내부에서는 ‘너무 과한 토끼몰이’라며 억울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국산 명품헬기 ‘수리온’의 성능 문제는 이미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으로, 현재는 대부분 해결됐는데 뒤늦게 억지로 문제를 삼고 있다”는 해명도 조심스럽게 새어나오고 있다.

공개 수배된 KAI 측 비리 연루자에 대해서도 역시 '지난해 이미 드러난 사안인데 지금까지 묵혀두고 있다가 왜 지금 문제삼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검찰 수사 방향과 KAI 등 방산업계 반응을 종합하면 검찰이 KAI에 대한 전방위 흔들기로 여론몰이 후 최순실과 록히드마틴 사이의 KAI의 역할 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KAI 측은 최순실-KAI-록히드마틴 구도가 “근거 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록히드마틴 측도 이런 논란에 대해 '(록히드마틴은) 최순실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제기되는 의혹의 규명이 불완전한 상태에서 실체적 진실 규명이 진행 중인 가운데 과도한 분위기 몰이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심증을 갖고 물증을 찾다보니 이미 정해진 '프레임'에 끼워 맞추기식 구태수사가 나타날 우려가 제기된다. 끼고 있는 색안경에 따라 과거 대통령의 각종 행보에 대한 해석은 분분해진다.

지난해 초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국내에서 열린 T-50A 공개 행사에 전격 참석한 것도 관점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온다.

당초 국방부 장관 주관 행사로 기획됐다가 돌연 대통령 참석 행사로 성격이 바뀐 배경에 대해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방산 수출 지원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 반면, 또 다른 관점에서는 최순실 등의 유착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편, 지금 진행중인 검찰의 방산비리 수사가 적폐청산을 강조하며 최순실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정부와 검찰간의 ‘스텝이 꼬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T-50A의 수출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동시에 검찰은 T-50A 제조사인 KAI를 겨냥, 국가적 슈퍼 프로젝트 붕괴 가능성이 거론된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 항공업계는 비리연루 업체의 입찰을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AI와 협력업체가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 국제적으로 낙인이 찍혀 T-50A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적폐청산은 시대적 요구이고, 방산비리 역시 근절돼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다"며 우려했다.

관건은 방산비리에 대한 체계적, 이성적 접근이다. 수사력이 한정된 검찰이 최소 노력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과거 정치 검찰식 접근으로는 방산비리 적폐청산도 한때 스쳐가는 유행에 그칠 수 있다.

과연 검찰이 KAI 수사를 통해 방산비리 적폐의 연결고리를 찾을 것인가, 이와 동시에 해외 수출이라는 토끼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국민들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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