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외교, 필리핀서 짧은 조우
[마닐라(필리핀)=문재연 기자] 남북한 외교사령탑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짧은 조우를 가졌지만 남북대화를 둘러싸고 입장차만 확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7일(현지시간) 강경화 외교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전날 저녁 ARF 환영만찬 때 대기실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3·4면
강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베를린 구상과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 등 남북대화 제안에 북한이 호응하지 않고 있다며 조속한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리 외무상은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강 장관이 한국 새 정부의 베를린 구상과 후속조치 차원의 대북제안에 대해 북측이 아직까지 아무런 호응이 없음을 지적하고, 조속히 기대한다고 했다”며 “이에 리 외무상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남측이 미국과 공조하에 대북압박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대북제안에는 진정성이 결여돼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에 강 장관은 우리 측 제안에 담긴 진정성을 거듭 강조하고 북측의 호응을 재차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방광혁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국 부국장은 전날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리 외무상이 강 장관과 대화를 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화 안합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리 외무상은 이날 환영만찬에서 세계 각국 외교장관들의 냉대를 받으며 외로이 자리를 지켰다. 리 외무상은 당초 중국과 캄보디아 외교장관 사이에 앉기로 돼 있었으나 스위스와 우호국인 캄보디아 사이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강 장관과 리 외무상 사이에는 21명의 외교장관들이 자리해 험난한 남북관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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