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리더스 카페]古서점서 재회한 빨강머리앤·톰소여…
소설가 백영옥의 ‘빨강머리앤이 하는 말’이 지난해 베스트셀러로 오래 사랑받았다. 주 독자층은 30대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말광량이 주근깨 소녀 앤이 하는 말이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너무 공감이 간다고 말한다. 꿈꾸던 것들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하루하루 현실에 치이면서 무뎌진 상태에서 만난 앤은 새삼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위로와 용기를 줬다는 얘기다.


‘피터와 앨리스와 푸의 여행’(창비)는 그런 만남을 풀 세트로 제공한다. 빨강머리앤, 작은아씨들, 톰소여, 피터 팬, 앨리스, 곰돌이푸까지 사랑스런 주인공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눌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저자가 한 권 한 권 각 지에서 어렵게 구한 초판본들을 선보여 아련함을 더한다.

밴쿠버의 헌책방에서 ‘키다리 아저씨’초판본을 만난 걸 계기로 초판본 수집에 나선 저자는 책 뿐만 아니라 저자, 출판사, 삽화 등 관련자료를 찾아나서는데 빠져든다. 저자가 탐험하듯 찾아낸 우리가 몰랐던 이들의 얘기들은 후속편을 읽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가령 ‘작은 아씨들’은 루이자 메이 올컷의 비참한 가족사를 담고 있다. 지적 허영에 빠져 가족을 부양하기는 커녕 폭력까지 일삼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올컷의 아픔과 나머지 가족들의 생활이 녹아있다. 집안의 구박덩이, 하인이나 다름없었던 올컷은 글을 쓰는 일로 낙을 삼고 독립의 꿈을 키우지만 아버지의 등살에 떠밀려 남북전쟁에 종군 간호사로 참전했다가 티푸스에 걸려 돌아오게 된다. 아버지의 닥달은 이어져 지속적으로 상업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소녀소설을 쓰라는 종용에 결국 ‘작은 아씨들’을 쓰게 된다. 이 소설은 즉각적인 반향을 일으켜 보기드문 베스트셀러가 된다. 여기엔 시대상황도 한몫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루이스 캐럴이 학장 아이들 이름을 따 지어낸 이야기에 푹 빠진 둘재딸 앨리스가 뒷 이야기를 해달라고 계속 졸라댄게 탄생 비화다. 앨리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을 잔뜩 넣어 주세요”라는 주문을 했고, 책은 난센스 문학장르의 선구적 작품이 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