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서 공개한 2016년 이혼 통계를 살펴보면, 혼인 기간이 20년이 넘는 부부들의 이혼율이 30.4%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20년 이상 결혼생활을 지속한 부부들의 이혼을 황혼이혼이라고 하는데, 황혼이혼을 선택하는 부부들의 이유는 저마다 각기 다를 것이다.

하지만 넓은 시야로서 바라보면, 수십 년 동안 참고 살아왔으니 여생은 자신을 위해 황혼이혼을 택한 것이라는 공통적인 이유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이 시기에 속하는 부부들은 자녀가 장성하였기에, 더 이상 자녀의 육아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렇기에 황혼이혼을 생각하며 법원에 이혼 신청을 하지만,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하여 뜻한 대로 잘 안 되는 경우도 많다.

한쪽은 이혼을 강력하게 주장하나 다른 한쪽은 이혼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으며, 경제적인 이유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법원은 ‘졸혼(법적 혼인 관계는 유지하되, 각자의 삶을 자유롭게 사는 것)’을 권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서로의 주거지를 찾지 않거나, 일정 횟수 이상 전화를 하지 않는다는 등의 구체적인 조항을 포함시킨다.

그러다 보니 이혼을 고민했다가 졸혼을 선택하게 된 부부들도 있으나, 이를 두고 단순히 이혼을 피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사생활 보장에 대한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졸혼 이후에 결국 이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법무법인 한음의 한승미 이혼전문변호사는 “졸혼은 법적인 부부 관계를 유지하기에, 황혼이혼을 통해 얻게 되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허무함은 피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겪어온 잦은 마찰과 불합리한 대우 등의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이혼전문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올바른 법적 구제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부부 사이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황혼이혼이나 졸혼만이 답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이혼이라는 선택까지 생각했다면, 이혼전문변호사와의 상담을 받아보거나 법원의 조정 기간을 통하여 부부 사이의 문제를 해결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김예지 기자 / yj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