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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부동산펀드 도미노 부실 ‘경고등’
코로나19 상업용시장 강타
배당 줄고 투자회수 어려워
은행권, 수익률 급락 속수무책
증권·운용사는 위험노출 더 커

은행과 증권사들이 지난 몇년간 경쟁적으로 판매했던 해외부동산 투자상품이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글로벌 실물경제가 침체되며 부실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며 해외 리츠(부동산 간접투자상품)와 부동산개발회사에 투자한 국내 펀드들의 ‘도미노 부실’이 우려된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말 기준 국내 은행권에서 판매된 해외부동산 펀드 잔액은 8636억원으로 작년 2월(5461억원)보다 63.2% 급증했다. 특히 은행권에서 판매된 해외부동산 펀드의 경우 투자대상과 투자비중 등에 제한이 없는 사모펀드가 78.7%를 차지한다.

A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자산가, 연기금 등 사실상 모든 투자 주체들이 대체투자 자산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은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데 예상 못한 글로벌 변동성으로 부동산 섹터별로 익스포저(위험 노출) 수준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미국에선 영업 중단·매장 폐쇄로 인해 상업용 부동산의 배당 중단·축소와 주가 급락을 겪는 리츠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침체가 지속돼 해당 부동산의 매각과 유동화가 어려우면 수익금은 커녕 원금도 제대로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

미국 등 주요국 부동산 시장의 충격에 스탠더드&푸어스(S&P) 글로벌 리츠 지수는 연초 이후 31.87% 급락해 미국 증시 S&P500(-17.55%)의 두 배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했다. 국내 은행에서 판매된 해외부동산 펀드의 경우 미국과 유럽 지역의 리츠와 부동산개발회사에 투자한 상품이 많다.

실제 국민은행에서 판매된 ‘KB 글로벌 코어 리츠 부동산 자투자신탁’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과 오피스, 호텔, 상업용시설 등의 섹터에 투자하는 리츠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인데 현재 수익률이 -24.64%다. 신탁재산의 90% 이상을 호주 상장부동산신탁(LPT)과 미국, 유럽 등의 리츠 등에 투자하는 ‘신한BNPP글로벌리츠인프라부동산투자신탁제1호(신한은행 판매)’도 수익률이 -25.62%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서 판매한 ‘하나UBS 글로벌리츠 부동산 투자신탁’ 역시 -22.99%의 수익률이다. 이 상품은 투자자산의 50% 이상을 미국, 호주, 기타지역의 리츠와 부동산개발회사에 투자한다.

B은행 PB는 “미국 실물경제에 대한 피해가 상당해 어떤 주에서는 임대료도 못내는 임차인들이 수두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 부동산에서 부실이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이 사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라임, 디스커버리 펀드 등 연이은 사모펀드 부실로 고객 신뢰에 타격을 받은 은행들은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는 해외부동산 펀드에 대해 전반적인 리스크 점검에 나서는 분위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해외부동산 펀드를 판매하기 전에 현장실사와 계약서 검토 등을 했지만 현재는 운용 단계에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부실이 우려되는 특정 지역과 섹터별로 운용보고서를 요청해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의 해외부동산 투자펀드 설정액은 3월 말 현재 54조7935억원으로 지난 2015년 말(11조2779억원)의 약 4.9배로 성장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부동산 투자 익스포저 금액도 2017년 말 약 2조7000억원에서 작년 6월 말 현재 약 8조원으로 급증했다고 한국신용평가는 추산했다. 해외 특별자산펀드도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직접 투자하거나 수익권, 출자지분, 조합지분, 원자재 등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상당 부분이 부동산 관련이다.

이승환·박준규·박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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