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석의 현장에서] 트래블 버블…마음은 알지만 ‘시기상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관광·면세업계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최종 합격한 항공사 신입사원들은 아직도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면세점 이용객은 지난달 전년 동기의 14.3% 수준에 그쳤고, 매출은 63.5%에 불과했다. 시내 면세점에 입장하기 위해 사람들이 면세점 입구부터 지하철역까지 길게 줄서 있었다던 이야기는 이젠 믿기 어려운 전설처럼 들린다.

감염병 확산이 끝날 듯 끝나지 않은 탓에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 시기에 대해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까마득한 미래를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 보니 관련업계에서는 최근 정부에 ‘트래블버블(Travel Bubble)’ 체결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트래블버블은 코로나19 방역이 우수한 국가 간 협정을 맺어 입국 제한 조치를 완화하는 제도다. 입국 후 2주 자가격리 등을 거칠 필요가 없어 여행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

트래블버블이 체결되면 관련업계는 다시 날개를 달 수 있을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 9월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업계가 트래블버블 효과에 대한 기대를 품을 수도 있겠다. 트래블버블 체결 후 해외여행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내국인 52.8%, 외국인 72.2%의 응답자가 해외여행을 하겠다고 답했다. 트래블버블 협정이 체결되면 코로나19 확산 이전만큼은 아니더라도 국경 간 이동이 보다 자유로워져 관련업계의 숨통은 다소 트일 것으로 보인다. 쪼그라들었던 매출은 점차 회복되고, 1년 동안 기다리던 신입사원들도 출근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재 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지금 트래블버블을 시행하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난 22일 싱가포르와 트래블버블을 체결하기로 했던 홍콩 정부는 이 결정을 2주 미뤘다. 감염 경로가 불확실한 감염자가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홍콩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전날 홍콩의 신규 확진자 수는 43명이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지난 25일부터 3일 연속 5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조금 줄었다고 해도 여전히 400명이 훌쩍 넘는다. 사람들이 해외 대신 방문했던 제주도에는 올해 80명 가까운 확진자가 나왔고, 11월에만 20명의 확진자가 새로 생겼다. ‘3차 팬데믹’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감돌 정도다.

지난 26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항공·관광업계 관계자들을 만난 정세균 국무총리는 트래블버블을 검토하겠다는 말 앞에 “방역과 백신·치료제 개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라는 단서 를 달았다. 업계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뜻을 은근히 내비친 것은 아닐까. 트래블버블을 시행한다면 당장은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감염병 예방이 더 어려워져 업계는 지금보다 더 춥고 긴 터널을 지나야 할지도 모른다. 아쉽지만, 아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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