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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목표만 거창한 ‘탄소중립’, 실행 로드맵 더 정교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선언한 ‘2050년 탄소중립’을 뒷받침하기 위한 추진 전략이 7일 당정회의를 거쳐 발표됐다. 경제구조 저탄소화,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 전환 등 3대 정책 방향과 탄소중립 제도 기반 강화를 의미하는 ‘3+1 전략’이 골자다. 석탄발전 축소 등 에너지 전환 가속화, 고탄소 산업구조의 혁신, 친환경차 보급 확대, 순환경제 활성화, 기후대응기금 조성, 탄소중립위원회 설치 등이 세부 과제로 제시됐다.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탄소중립’은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개발도상국에는 불리한 게임이다. 지금의 기후 위기는 선진국들이 석탄 산업화 과정에서 뿜어낸 온실가스 탓이 크다. 선진국 석탄발전소들은 지은 지 평균 43년이 됐고, 개도국 석탄발전소는 12년밖에 안 됐다는 통계가 말해준다.

그런데도 현실은 현실이다. 오늘날의 세계질서는 선진국이 좌지우지하고, 그들이 교역의 룰을 정한다. EU와 일본 등 주요국이 금세기 중반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한 상황에서 ‘조 바이든’의 미국까지 동참을 예고하면서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EU는 탄소 배출이 많은 나라에 ‘탄소 국경세’를 매길 태세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개방형 통상국가인 한국이 이런 흐름에 뒤처지면 국가경제의 존립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탄소중립은 가야 할 방향이지만 실행하기엔 험난한 길이다. 탄소세 신설 등 세제가 개편되면 기업과 국민이 져야 할 부담은 많이 늘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값싼 석탄발전 비중이 줄어들면서 전기요금이 오르는 등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도 크다. 또 관련 업종의 일자리 감소 등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탄소중립안에는 거창한 목표만 있을 뿐 소요재원이나 이행비용 등 구체적인 내용은 빠져 있다. 탄소세 도입, 경유세 인상, 전기요금 개편 등 민감한 이슈를 모두 뒤로 미룬 것이다. 총론만 있고 각론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의 87%를 차지하는 에너지 분야의 탄소중립 전략에서 탄소 배출량이 제로이고, 발전단가가 가장 낮은 원전을 아예 배제한 것은 자충수다.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원전을 활용하는 ‘에너지 믹스’로 탄소제로에 대응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선진국들이 “미래 세대를 위한 현 세대의 책무”라며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내세우지만 수면 아래서는 자국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국임 중심의 전략에 골몰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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