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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빅히트는 왜 YG와 손을 잡았을까?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기자]최근 음악산업계에 빅뉴스가 하나 날아들었다. 빅히트엔트테인먼트가 YG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았다는 뉴스다. 빅히트가 자회사 비엔엑스(beNX)와 함께 YG의 자회사 YG PLUS에 700억원대 투자를 단행하는 형식이다.

이로써 양사는 플랫폼과 유통, 콘텐츠 등에서 시너지 창출을 기대한다. 이번 제휴로 엔터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영향을 끼칠 협업이 다양하게 나올 전망이다. 그러니 이 자체만으로도 수조원의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

특히 YG는 빅히트의 잘나가는 디지털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자사 아티스트의 글로벌 멤버쉽 관련 사업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그럼 빅히트는 왜 SM, YG, JYP중 굳이 YG와 손을 잡았을까? 방시혁이 양현석과 친해서? 그렇지 않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기 때문이다.

빅히트가 YG를 파트너로 선택한 사례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아티스트 셀링 포인트의 한 방향을 유추해볼 수 있다. 물론 여기서의 방향은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에 어울리는 방향으로서의 ‘차이와 다름’의 문제다.

국내 3대 연예기획사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스타일과 지향점이 많이 다르다. SM은 가수와 노래를 뽑아내는 시스템을 잘 갖춘 대기업 느낌이다. 특정 프로듀서를 혹사시키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SM의 음악은 무대를 지향한 음악이다.

JYP는 박리다매형 범용상품 제작에 능하다. 이에 비해 YG는 가짓수보다는 고급 이미지의 ‘아우라’를 갖춘 가수들을 잘 만들어낸다. 아이돌 그룹을 론칭해 성공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JYP이지만,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YG는 성공가능성은 JYP보다 낮을지 몰라도 한번 뜨면 오래가는 편이다.

빅히트의 방시혁 의장은 “음악에서 아티스트의 아우라를 파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기자에게 말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3대 기획사중 아티스트를 둘러싸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나 품위, 에너지, 기운을 의미하는 아우라를 잘 구축하는 곳은 YG다. 그래서 BTS라는 초대박 성공 신화 한 개를 가지고 있는 빅히트와 빅뱅, 투애니원, 블랙핑크 등 다양한 콘텐츠의 아우라를 만든 경험을 가진 YG의 협업은 필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제휴에서 또 하나 주목할만한 점은 음악산업도 디지털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빌리티 기업으로 비유하자면, 3대 기획사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는 회사들이고 빅히트는 테슬러에 해당한다. 3대 기획사는 산업화 시대, 빅히트는 디지털 시대에 성장했다. 내연기관의 역사는 150여년이지만, 크게 진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테슬러는 지난 10년간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어떤 기업이건 잘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있다. 산업화 시대에 3대 연예기획사는 모자라는 부분까지도 자체 충당해 자체 브랜드로 소화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약한 부분은 개발해낼 필요가 없고 제휴와 연결을 통한 상호작용을 유도해,가치 창출로 이어지면 된다. YG가 ‘위버스’ 같은 플랫폼을 혼자 만들어내겠다고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면, 개발을 해도 별로 소용이 없다. 그 때는 음악산업의 판과 생태계가 또 달라질 것이다. 필요한 것은 지금이다.

외국에서 한국음악산업에 대해 주목하는 것은 아이돌 그룹을 양성하는 연습생 시스템이 아니다. 그보다는 유튜브와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팬덤의 외연 확장과 운영 노하우, 세계관 확장,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그룹 만들어내기 등이다. 다시 말해, 디지털 시대 음악산업 생태계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그런 새로운 음악생태계에 강한 빅히트와 아티스트 아우라 제조에 능한 YG는 이런 점에서 상생하면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게 됐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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