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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뭐 어때, 너는 안 했냐”는 LH 직원의 참담한 윤리의식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 사태가 일파만파다. 의혹이 제기된 지 3일 만에 또 다른 사례가 드러났다. 한 언론사는 지금까지 문제가 된 광명·시흥이 아닌 고양 창릉 신도시에서도 LH 직원들이 발표 5일 전에 땅을 샀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진행 중인 전수조사가 끝나면 도대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벌써 걱정이다.

후속 처리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규 택지 개발 관련 공공기관 직원 및 가족의 토지거래를 전수조사하라고 지시했고, 정세균 국무총리는 즉시 국무1차장을 단장으로 관계기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다. 국민권익위는 공직자의 직무 관련 투기행위 집중 신고기간(3월 4일~6월 30일)을 운영키로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토부 장관과 LH 사장 직무대행을 소환해 질타하고 예방책을 주문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의혹을 제기한 지 불과 2~3일 만에 이뤄진 일들이다.

투기 의혹조사는 다음주까지 종결키로 했다. 상당한 속도감이다. 하지만 신속한 후속 조치가 오히려 의구심을 불러온다. 일단 조사의 주체와 대상이 같다. 이번 조사는 총리실이 지휘한다지만 사실상 실무 작업은 국토부와 LH가 진행한다. 하지만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당시 LH 사장이었다. 게다가 신도시 지정 업무를 담당한 국토부 직원들도 조사 대상이다. 이쪽저쪽 모두의 지휘관리 책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조사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담보하기 힘들다. 이번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한 참여연대가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것도 그래서다. 마땅히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로 진행해야 할 일이다. 청와대나 국무총리실은 속전속결을 주장하지만 감사원 배제의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욱이 이번 사태는 직원 조사와 엄벌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도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뿌리 깊은 부패구조에 기인한 것인지 규명해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는가. 조사 주체가 내부인뿐이어서는 구조적 해결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LH 직원 중에는 윤리의식이 의심스러운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 점은 사내 익명 게시판에 그대로 나타났다.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냐” “내부정보를 활용해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투자한 것인지는 법원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LH가 지난 2019년 공기업 평가 윤리경영 분야에서 ‘D+’ 등급을 받은 데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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