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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년만에 나온 알츠하이머 신약…국내 개발은 어디까지?
미 FDA, 알츠하이머 신약 '아두카누맙' 승인
알츠하이머 유발 단백질 제거하는 치료 기전
다만 초기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환자에만 적용 가능
일동제약, 젬백스, 메디포스트 등이 개발 진행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7일(현지시간) 자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의 에자이(Eisai) 제약사가 함께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신약 '애드유헬름'(Aduhelm)을 승인했다. FDA가 알츠하이머병 관련 신약을 승인한 것은 2003년 이후 18년 만이다. 사진은 에드유헬름 약병과 포장 상자의 모습. [바이오젠 제공. DB 금지]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미국에서 18년만에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승인되면서 그동안 치료가 어려웠던 알츠하이머 정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한 치매 전문가는 이번 치료제 승인에 대해 '알츠하이머 치료에 서광이 비추기 시작했다'고 표현했다.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밝혀진 만큼 치료제 개발은 앞으로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몇몇 기업들이 임상을 진행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FDA, 알츠하이머 신약 '아두카누맙' 승인…2003년 이후 18년 만에=미국 식품의약국(FDA)는 7일(현지시간)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제품명 애드유헬름)’을 승인했다.

FDA가 알츠하이머병 관련 신약을 승인한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승인된 약은 불안이나 불면증 같은 증상을 관리하는 것으로 근본적인 치료에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되는 뇌의 해로운 단백질 덩어리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amyloid beta protein)'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 치료제와 달리 병의 진행 자체를 늦춘다는 점에서 최초의 알츠하이머 신약으로 평가된다.

한설희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그동안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사용되어 오던 치료제들은 병의 진행을 멈추거나 그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약물이 아니고 병의 증상을 일시적으로 개선 또는 완화해주는 ‘대증 치료제’ 였다”며 “그러나 이번에 사용이 승인된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원인이며 증상 악화에 관여하는 불용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베타단백질을 뇌 조직 내에서 효과적으로 제거시켜 병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근원적으로 병의 발생을 차단할 수 있는 ‘원인치료제’라는 점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있어 신기원을 이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 약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원래 바이오젠은 이 약으로 임상시험 2건을 진행하다가 성공 가능성이 없다는 중간 평가가 나와 2019년 시험을 중단했다. 그러나 불과 몇달 후 해당 임상과 관련한 추가 데이터를 검토해보니 약 효과가 확인됐다고 입장을 바꿨다.

지난해 11월 FDA 외부전문가들은 이 약의 유효성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승인을 권고하지 않았다. FDA도 논란을 의식한듯 이번에 승인을 하면서 효능 검증을 위한 후속 임상을 진행하는 조건을 달았다. 더구나 이 약은 치료비용이 연 6000만원 정도로 예상보다 고가로 정해졌다.

한 교수는 “다소 실망스럽게도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중증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신약의 한계점”이라며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는 크나큰 희망의 빛이 비추기 시작하였지만 결국 만만치 않은 진단 및 치료 비용의 문제가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일동·젬백스·메디포스트 등이 임상 진행…“치료제 도전 기업 늘 것”=이렇게 미국에서 18년 만에 알츠하이머 신약이 나오면서 국내 치료제 개발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 중 알츠하이머 신약에 도전하는 곳은 일동제약, 젬백스엔카엘, 메디포스트 등이다.

일동제약은 지난 2019년 천연물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 'ID1201'의 임상 3상을 승인받고 환자 모집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멀구슬나무 열매인 천련자에서 추출한 천연물질인 ID1201은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억제하고 염증 유발 물질의 생성을 억제해 인지 기능을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젬백스엔카엘은 지난 4월 후보물질 'GV1001'의 임상 3상 신청 후 실패했지만 다시 임상 3상을 신청한 단계다. 회사 측은 GV1001가 베타아밀로이드의 축적을 막는 기전으로 근본적인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줄기세포로 만든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 '뉴로스템'의 임상 1·2a상을 마친 상황이다. 메디포스트는 2013년 임상시험을 시작해 지난해 1월까지 진행한 임상에서 1차 유효성 지표인 알츠하이머병 평가척도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뉴로스템을 투약한 환자의 뇌에 축적되는 베타아밀로이드 수치는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화 시대로 인해 현재 알츠하이머 환자는 5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매년 그 수가 늘고 있어 치료제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이라며 “아직 미충족 요구가 높은 영역인 만큼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의 가치는 크게 올라갈 것이다. 이번 신약 승인을 계기로 많은 기업들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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