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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지는 신입공채, 40대도 명퇴…은행권, 순혈주의·연공서열・순환보직 무너진다
비대면 확대→인력과잉
디지털 전환→효율경쟁
인사시스템 대전환 압박
보상·노사관계 등은 숙제

[헤럴드경제=성연진·박자연 기자] 순혈주의와 순환보직, 연공서열 등 국내 금융권의 3대 인사관행이 흔들리고 있다. 근간이 되는 대규모 신입공채가 사라지고, 분야별 경력자를 수시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변화가 이뤄지면서다. 60년대 베이비부머 뿐 아니라, 80년대 MZ세대까지 희망퇴직이 확대되는 것도 인사혁신의 일환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올해 은행의 채용은 대규모 신입 정기공채에서 경력자 수시채용으로 확실히 바뀌었다. KB국민은행은 200여명의 신입·경력 직원을 수시채용으로 선발한다. IT·데이터 부문은 신입을 뽑고 경영관리 부문 등은 경력직원을 모집한다. 신한·우리·하나은행도 상반기 수시채용을 진행했다. 채용 부문도 대체로 IT 부문에서 이뤄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NH농협은행을 제외하고 5대 시중은행 중 공채를 진행한 은행은 없었다. 하반기 공채 역시 미정이거나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비대면 영업 확대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조직 효율화 전략으로 읽힌다. 그러나 그보다 빅테크 등 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도전하는 상황에서, 전통 금융권이 고수하던 조직문화의 대전환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채 축소는 몸집을 줄이고 조직의 효율화를 위한 기초작업이다. 실제 은행들은 빅테크나 핀테크 조직 문화를 참고해 보다 유연한 조직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플랫폼화 되는 금융 환경을 고려할 때, 경직된 보수문화로는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는 올해부터 직책을 떼고 ‘님’호칭을 부른다. 지정석도 없앴다. 하나은행도 사내에서 영어 이름을 병행해 부르며, 시스템에도 등록했다. 수평적 문화는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인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빅테크·핀테크 회사와 직접 겨뤄야 하는 분야가 늘고 있는데 의사결정 속도와 추진력이 느린게 전통 은행의 약점”이라며 “이를 극복하려면 결국 빅테크나 핀테크 기업의 수평적인 문화를 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문화의 수평화는 희망퇴직 연령도 낮췄다. KB손해보험은 최근 희망퇴직 대상자에 1983년생 이전 출생한 주임급도 포함했다. 회사측은 이에 대해 실적 악화와 역피라미드 인적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연초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1980년생 이상부터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불과 4년전만 해도 1971년생이 기준이었는데 열살이나 당겨졌다.

입사 후 10~15년 가량인 이 세대는 통상 조직의 허리에 있는 ‘팀장급’ 세대다. 업무 숙련도를 갖추고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중심에 있는 이들로, 퇴직 대상자로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기존의 인사 시스템을 적용받던 이들이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이들도 혁신의 예외가 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부장-팀장-팀원 식 보고 체계는 사라졌다”면서 “수평화를 통한 의사결정의 속도가 금융권의 새 과제로 떠오르면서부터 직급이나 나이에 대한 무게감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은행은 최근 팀원에서 부서장으로 직접 보고하는 ‘직보’ 방식으로 전환했고, 우리은행도 조직 슬림화에 나서면서 의사결정 체계를 단순화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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