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집, 업무·레저·교육 등 한방에 ‘올인홈’”
류아진 건축 디자이너가 현장서 본 뉴노멀의 뉴욕

가변형 벽체 등 공간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설계 활발
테라스, 발코니, 정원 등 자연과 소통 공간 중요해져
레스토랑·카페, 야외에서 즐기는 부스 설치 느는 추세



[헤럴드경제=문호진 기자]세계적 도시 뉴욕에서 활동 중인 류아진 건축 디자이너는 미국의 명문 디자인 학교인 로드 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서 건축학을 전공했고 예일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예일대학 재학 시 그는 프리츠커 상을 받은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지도 아래 미국 감옥에 관한 연구와 디자인을 했다. 그의 작품은 ‘프랭크 게리: Building Justice’ 라는 다큐멘터리 필름에 소개되기도 했다.

학업을 마친 그는 뉴욕에서 수석 건축 디자이너(Lead Architectural Designer)로 건축 실무를 하며 주상복합 아파트, 단독주택, 상가, 오피스 등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그가 Fink & Platt 건축 설계사무소에서 맡아 진행했던 ‘East Hampton House’ 프로젝트는 2019년 건축가가 지은 우수한 건축물에 수여하는 AIA (미국 건축가 협회) 롱 아일랜드 건축상(Long Island Archi award)을 받았다. 2021년 ROART에서 그가 이끈 디자인팀의 ‘ConstelLAtion’ 디자인은 LA 시장이 주최한 국제 공모전에서 수상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미국의 유명 잡지사 ‘메트로폴리스 메거진’과 ‘Dwell’ 등 여러 매체에 소개됐다. 류아진 건축 디자이너와의 인터뷰(Q&A)를 통해 뉴노멀의 뉴욕 건축 세계를 들여다 봤다.

류아진 건축 디자이너가 설계 도면을 보며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 .

Q, 코로나로 인해 미래의 공간과 방향은 어떻게 달라질까?

▶류아진(이하 ‘류’)= 코로나 19로 우리는 기존에 익숙했던 모든 것들을 관찰하고 재평가하게 되었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인들은 현재의 도시 환경과 공간의 한계를 체감하고 해결책을 고안해, 각각의 작은 변화를 실행하고 있다. 이번 팬데믹 사태는 도시와 건축의 새로운 시대적인 의미를 찾아가는 촉진제가 된 것이다.

류아진 건축 디자이너가 ROART에서 참여한 850 Metropolitan (Milk Factory)작품.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앞으로 시대를 코로나 이전을 뜻하는 BC(Before Corona)와 코로나 이후를 뜻하는 AC(After Corona)로 나눠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전 세계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 지속적으로 남아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다 하더라도 우리는 온전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다양한 문제점들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꿔놓았고 이는 미래의 공간과 환경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의 중심지 뉴욕이라는 도심의 변화와 대응을 통해 한국의 미래와 트렌드를 예상해 보고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를 발산해야 할 시기이다.

Q. 코로나 19 이후 뉴욕 주거문화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류= 코로나 시기를 지낸 지 어느덧 1년,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두려움이 우리의 공간과 삶을 바꿔 놓았다. 사람들은 모일 수 없게 되었으며, 공공장소는 위험한 곳이 되었고, 거리는 바이러스를 맞닥뜨릴 수 있을지 모를 불편한 곳이 되어버렸다.

어느 도시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곳 뉴욕 또한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빠르게 공간의 의미와 역할에 큰 변화를 겪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주거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집’이라는 공간의 기능, 형태, 그리고 인식에 대한 변화가 생겼다. 뉴욕은 필수 인력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년 봄을 시작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집은 더 이상 주거 목적만이 아닌 다양한 용도가 결합한 공간으로 변모했다. 일과 회의를 하고 수업을 듣고, 운동과 취미 생활 또한 해야 하는 일상의 중심적인 공간이 된 것이다.

사람들은 오랜 시간 한 공간에 머물며 집의 한정적인 구조와 역할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고 건축 산업에 있어서도 이러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새로운 패러다임에 접어들었다. 이미 더 길고 복잡해진 공사 절차에도 불구하고 뉴욕의 집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증가하고 있다.

Q. 포스트 코로나 주거 문화와 환경은 어떤 모습일지.

▶류 = 한 공간에서 가족 구성원이 각기 다른 활동을 하기 위해 방음의 중요성, 더욱 넓은 작업 공간, 다목적 공간들이 더 많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침실은 서로 떨어뜨려 배치해 분할된 작업 공간으로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활동 범위에 비례해 개인적 공간의 범주가 커지면서 인구당 필요 평수도 더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뉴욕에서 한 개인에게 주어지는 공간은 결코 넉넉지 못하다. 세계적인 중심 도시인 만큼 땅값 또한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간은 더 이상 한 가지 모습만을 띠지 않을 것이며 유연성이 강조된 주거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벽은 더 이상 고정된 구조물이 아닌 다양한 공간적 구조와 용도에 맞춰 유연한 움직임을 가진 시스템의 역할을 해야한다.

‘295 Greenwich 아파트’ 레노베이션 설계 당시 가장 고려했던 부분 또한 공간의 재편 가능성이었다. 서재는 복합 형태로 제작된 붙박이장 안에 책상, 책장, 수납공간을 모두 갖춰 열고 닫음에 따라 공간의 성격을 다르게 했다. 서재로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아이들의 놀이 공간으로 사용하게 해 다양한 기능을 충족시켰다.

또 거실로 통하는 벽은 미닫이 시스템을 도입해 서재와 완전히 연결되기도 분리되기도 하게끔 만들었다. 필요에 따라 여러 개의 별도 공간이 되기도 하고 하나의 넓은 공간이 되기도 하는 ‘다변화적 공간’이 디자인의 핵심이었다. 이러한 공간은 우리에게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하고 공간에 실용성을 더해준다. 개인의 개성있는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따라 탈바꿈이 가능한 주거환경 조성에 대한 욕구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류아진 건축 디자이너가 Fink&Platt에서 참여한 295 Greenwich 프로젝트.

또한, 야외 활동이 제한됨에 따라 집 밖을 나가지 않고도 안전한 주거 공간 내에서 자연과 햇살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공원’ 역할을 하는 테라스, 발코니, 마당, 정원 등의 공간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기간 동안 지어진 850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 프로젝트 또한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설계했다. 아파트 안에 큰 규모의 중정(inner courtyard)을 만들어 입주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외부공간을 구성했고 정원을 조성해 커뮤니티를 위한 쉼터를 제공했다.

또 아파트와 단독 주택의 장점을 결합한 2층 듀플렉스 세대에는 개별 테라스를 두어 프라이빗한 외부 공간을 조성했다. 듀플렉스의 테라스는 나만의 정원을 꾸미거나 야외 주방을 설치해 요리하는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32세대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외부로 나갈 수 있는 공간 전환의 중요성을 고려해 디자인했으며 개인 생활방식에 맞춘 다양한 옵션을 제시한다.

Q. 도시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났나. 그리고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류= 주거환경과 더불어 공공장소는 일상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레스토랑, 카페, 매장 등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상업 시설들이 점차 영업을 정상 재개하면서 뉴욕 도심 곳곳에 작은 변화들이 생겨났다.

뉴욕시는 단기간내 실행 가능한 소규모 개선책으로 식당을 도로 주차 공간까지 외부확장하는 것을 허용했다. 길 곳곳에는 야외 식사를 위한 부스들이 나열되어 지어졌고 내부의 기능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와 새로운 가로경관을 형성했다. 밀폐된 공간이 주는 불안감과 공공장소의 한계를 이해하고 반영해 생겨난 것이다.

이어 빌 드 블라시오 뉴욕 시장은 안전성을 고려해 차도를 일부 통제해 40 마일 가량의 새로운 보행자 공간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으며 100마일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은 뉴욕의 오아시스라고 불리는 공원 외에도 새로운 야외 공간을 조성하고 식사 이외에 거리 예술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도시환경을 창조하려는 시도다. 차가 중심이 아닌 걷기 좋은 도시는 어떤 것인지 고민하고 익숙했던 도시를 재발견하는 좋은 실험이자 시작점이 될 것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