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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연주의 현장에서] 1시간 배송도 느리다는 ‘퀵커머스’ 시대

# 초등학교 4학년 A군은 원하는 상품 배송이 하루 이상 걸린다며 너무 느리다고 투덜댄다. ‘로켓’처럼 또는 새벽같이 오는 배송 시스템에 어릴 때부터 익숙해진 요즘 아이들은 느린 배송 앞에서 좀처럼 인내심이 약하다. 고등학교 3학년 B군은 배달플랫폼을 통해서 배달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한다. 수입이 많을 때는 200만원 가까이 벌기도 해 인기 명품 브랜드의 티셔츠를 샀다.

위 사례는 지인들과 대화를 하다가 들은 우리 주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제 너무 익숙해져 별로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았지만 빠른 배달은 이미 곳곳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은 지 오래다. 새벽배송이나 로켓배송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밤 10신데 지금 주문해도 정말 내일 아침에 올까’ 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주문 버튼을 눌렀다. 어느덧 새벽배송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5000억까지 성장했고, 올해 4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리고 이제 다음날 도착하는 것도 느린, 퀵서비스와 같은 속도의 ‘퀵커머스’시대가 됐다. 당일배송, 2시간 배송이 익숙하게 들리는가 싶더니 올해는 1시간 안에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는 것이 트렌드다. 촘촘하게 퍼진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편의점은 퀵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고, 배달의민족, 요기요에 이어 쿠팡이츠까지 생필품 퀵커머스에 뛰어들었다.

유통기업들이 빠른 배송에 목을 매는 이유는 배송이 소비자들의 중요 선택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모바일 리서치회사 오픈서베이가 공개한 ‘온라인 식료품 구매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주구매 온라인몰 이용 이유로 ‘배송이 빨라서’라고 한 응답이 24%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은 것 역시 ‘내가 원하는 시간에 배송을 해줘서’(10.7%)로 가격·품질보다 배송경쟁력이 먼저가 됐다.

빠른 배송 경쟁력은 실제 매출 증가로 입증되고 있다. CJ올리브영의 화장품 즉시 배송 서비스 ‘오늘드림 빠름배송’의 지난해 전체 주문 건수는 전년 대비 12배 증가했으며, 빠른 배송의 평균 배송시간은 올해 상반기 45분까지 단축됐다. GS리테일은 배달 전용 주문 모바일 앱에서 GS수퍼마켓의 1시간 배송을 더 앞당긴 ‘49분 번개배달’ 서비스를 선보였다. 번개배달 서비스 도입 이후 주문이 4배가량 늘어나는 등 고객 반응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속도전으로 치닫는 배송경쟁에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 빨리 배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업체는 출혈경쟁을 벌여야 하고, 배달원의 안전사고도 늘고 있다. 오늘도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질주하는 배달원은 앞으로 얼마나 더 시간에 쫓기게 될까. 무엇보다 문제는 한 번 빨라진 속도를 다시 되돌리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1시간 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는 익일 배송을 못 견뎌 하는 것은 물론 나중에는 1시간도 늦다고 타박할지 모른다. 좀 전에 저녁거리를 주문하고 나서 40분 만에 온 배달봉투를 집어 들면서 생각이 절로 많아지는 날이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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