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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CEO 연임·나이 제한 없는 JP모건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가 제이미 다이먼(65) 최고경영자(CEO)에게 “더 있어 달라”며 5000만 달러 수준의 주식을 보상으로 제공했다. 한화론 약 577억원에 달한다. 단, 막대한 규모의 보상에는 조건이 붙었다. JP모건은 경영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시, 부여한 주식의 최대 절반을 회수할 수 있다고도 넣었다.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을 읽을 수 있다.

다이먼은 2005년부터 JP모건을 이끌고 있다. 햇수로 16년째다. 이 기간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를 거쳤고 코로나19 대유행도 이겨내며 성장했다.

JP모건은 지난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순이익 119억5000만 달러를 기록, 어닝서프라이즈를 시현했다.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주요 은행들의 이익이 모두 늘어나기도 했지만, JP모건은 대유행 전인 2019년 같은 분기 대비로도 직불카드와 신용카드 지출이 22% 증가했다. 수백억원을 더 들여서라도 다이먼을 붙잡고 싶은 이유다.

국내 은행지주들도 상반기 실적이 좋다. 성장 측면에선 JP모건 못지 않다.

주요 은행지주사 가운데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우리금융지주는 상반기 1조4000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내며, 지난 한 해 순이익(1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KB·신한·하나·NH농협 등 타 은행지주들의 상반기 이익도 역대 최고 수준을 새로 쓸 것으로 전망된다.

‘JP모건식 성과주의’라면 주주의 동의 아래, 국내 은행지주사 CEO들도 모두 두둑한 성과급을 받거나 임기 연장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국내 사정은 그렇지 않다.

21일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우리금융지주의 손태승 회장은 지난해 초 연임 당시, 최대 주주였던 예금보험공사가 ‘찬성표’를 던졌음에도 금융감독원은 ‘문책경고’ 중징계를 내리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실제 정기 주총에서 연임이 확정됐으나, 손 회장과 금감원은 법정에서 여전히 징계의 효력 관련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2012년부터 회장직을 수행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2018년 연임 결정 시 당국이 검사 일정 등을 들어 인사를 미루라고 직간접 압박을 가했었다. 올 초에도 ‘절차적 투명성’을 강조하며 회장 인선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냈다.

금융지주 내부적으로 만 70세 이상은 회장 연임을 제한하는 ‘기묘한’ 조항도 존재한다. 주주의사를 대변하는 이사회에서 얼마든지 없앨 수 있지만 당국 눈치에 바꿀 엄두도 못 낸다. 주주의 목소리보다는 당국의 눈초리가 더 살벌한 게 우리 은행권의 현실이다.

물론 우리 은행권 내부의 문제도 있다. 순혈주의와 연공서열로 은행 인사는 유독 경직돼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3040대 임원 승진을 발표하며 ‘성과주의’ 인사 원칙이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은행권은 유독 배제됐다.

국내 5대 지주사 회장 가운데 60년대생은 손병환 NH농협지주 회장이 유일하다. 은행장 주요 임원 가운데 70년대생도 없다. 은행장은 올해 취임한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1964년생으로 가장 젊다. 다이먼 CEO는 49세에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오랜 재임 기간과 탁월한 성과도 주목할 만 하지만, 바탕에는 연공서열 대신 성과 중심의 인사시스템이 있었다.

가장 큰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 올해, 국내 금융사에도 JP모건식 성과주의 인사가 싹이라도 틔울지 궁금하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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