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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 지났는데...공공재건축·재개발 ‘안갯속’
‘5만가구’ 공공재건축은 물량 고작 3% 확보
공공재개발, 주민 반발 등 영향 지연 불가피
민간 정비사업 속도내는 서울시와 충돌우려

정부가 8·4대책의 핵심 사업으로 공공재건축·재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시행 1년이 되도록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총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던 공공재건축은 물량을 고작 3%밖에 채우지 못했고 그나마 호응도가 좋은 공공재개발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 반발에 부딪히며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정부가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로의 정책 전환을 강조하며 주택 공급 계획을 떠들썩하게 내놓고 있는 것과 달리 초라한 1년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재건축 4곳, 공공재개발 28곳 등 32개 후보지에서 공공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후보지에서 총 3만3882가구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국토부의 설명만 보면 지난 1년 간 3만가구가 넘는 주택 물량을 확보하는 등 성과가 있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사뭇 다르다.

일단 공공재건축의 경우 시장에서 외면받는 분위기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는 데다 기부채납 비율이 높아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조합이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현재 공공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는 4곳, 1537가구에 불과하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5만가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당초 후보지로 5개 단지가 선정됐지만 관악구 미성건영아파트(695가구)가 민간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면서 물량이 더 줄었다.

4개 사업지 중에서도 주민 동의 요건을 충족한 곳은 중랑구 망우1구역이 유일하다. 광진구 중곡아파트는 동의서를 확보하고 있고 영등포구 신길13구역과 용산구 강변강서는 아직 심층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정비계획을 구체화하기까지 갈 길이 먼 것은 물론 사업지 내 일부 주민들이 민간 재건축을 주장하고 있어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공재개발은 그나마 진척이 있기는 하다. 서울 24곳, 경기 4곳 등 28개 후보지에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당초 목표(2만가구)를 훌쩍 넘는 3만2345가구가 시장에 나오게 된다.

그러나 후보지별 상황을 살펴보면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할 만한 곳은 서울 1차 후보지 8개 구역(4763가구) 정도다. 서울 2차 후보지 16곳에선 주민설명회를 마쳤을 뿐이고 경기권 4개 후보지는 개략적인 계획 검증도 끝내지 못했다. 대부분 사업 추진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인 셈이다.

1차 후보지 8곳도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공재개발 ‘최대어’로 손꼽히는 동작구 흑석2구역은 최근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까지 마쳤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히면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업시행자를 지정한 동대문구 용두1-6구역과 신설1구역은 재개발 사업의 가장 높은 문턱인 보상금 협의를 진행해야 하고 미동의 주민을 추가로 설득해야 하는 작업도 기다리고 있다.

강북구 강북5구역, 영등포구 양평13·14구역 등 3곳은 주민 동의율을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강북5구역의 경우 상가건물이 많아 주민 동의 확보에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준비위원회 구성도 차일피일 미뤄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공공재건축·재개발 추진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이태희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자율성 침해, 임대주택 증가 등 공공 시행에 대한 거부감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공을 조금 내려놓고 토지주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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