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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 파트너와 신약개발...제약업계 ‘오픈 이노베이션’ 활기
기업·대학·연구기관 등 컨소시엄 구축
실패 확률 줄이고 기술 개발기간 단축
보령, 메콕스큐어메드와 항암제 개발
삼양·SK케미칼, 바이오벤처와 손잡아
최근 글로벌 해외기업과 협업도 늘어

제약업계에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활기를 띄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제약업계에서 언급되기 시작한 오픈 이노베이션은 5년 만에 국내 제약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가고 있다. 고도의 기술력과 조 단위의 개발 비용이 필요한 쉽지 않은 신약개발에 있어 오픈 이노베이션은 실패 확률도 줄이고 개발 기간도 단축시키는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빅파마들이 검증한 오픈 이노베이션...국내 2016년 본격 도입=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은 기업이 타 업체, 대학, 연구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축하는 등 외부 전문가와 협업해 미래 기술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기술 확보 방식을 말한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 개발 트렌드를 반영해 적시에 기술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 소재 업계와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글로벌제약업계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이미 대세로 자리잡았다. 화이자, 로슈, 노바티스와 같은 글로벌 빅파마들은 이미 2000년대부터 기술력을 가진 바이오벤처들을 발굴해 그들과 공동 신약개발을 추진하거나 그들의 기술력을 사는(인수하는) 방법 등을 통해 신약개발에 성공해왔다.

이런 트렌드에 따라 국내 제약업계도 지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협업 체계를 가동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술 유출 등의 우려로 과거 한 기업이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까지 전 과정을 폐쇄적으로 진행했다면 이제는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약개발 파트너를 찾아 지금 가진 기술력을 업그레이드시켜 개발 기간과 비용을 단축시킨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6년 처음 오픈 이노베이션이 언급됐을 때만 해도 자기가 가진 기술이 외부로 노출된다는 점을 우려하던 기업들이 있었다”며 “하지만 한 기업이 감내하기에 신약개발은 시간이나 비용적인 면에서 성공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것이기에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택하는 기업들이 차츰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보령·삼양, 바이오벤처와 신약 공동개발=실제 최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개발을 공동 추진하는 계약 체결이 이어지고 있다.

보령제약은 최근 신약개발 전문기업 ‘메콕스큐어메드’와 경구용 항암제와 나노 항암제를 공동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메콕스큐어메드에서 개발중인 경구용 혈액암 치료제 ‘멕벤투’와 ‘이중봉입 리포좀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나노항암제에 대한 공동 연구 및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멕벤투’는 혈액암 치료제인 ‘벤다무스틴’를 주사제가 아닌 경구용으로 투여 경로를 변경한 신약이다. 벤다무스틴 주사제는 반감기가 짧아 2일 연속 투여 받아야 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입원이 필요했다. 이와 달리 경구용 벤다무스틴은 알약 복용 방식으로 부작용을 줄이고 환자 편의성을 크게 증대시킨 것이 특징이다.

나노항암제는 이중 나노입자에 두가지 이상의 약물을 봉입해 암세포에 전달하는 ‘이중봉입 리포좀 플랫폼’이 적용된 차세대 항암제다. 입자 자체의 생체 독성이 없을 뿐 아니라 약물 특성이 상이한 물질을 봉입해 함께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양홀딩스 바이오팜그룹은 약물전달기술(DDS)을 활용한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서방형 주사제 연구개발 및 상업화를 추진한다. 삼양은 최근 약효지속성의약품 개발 기업 ‘지투지바이오’와 서방형 주사제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약효지속성의약품은 약효가 수주에서 수개월 간 지속되는 의약품으로 규칙적으로 약물을 복용하기 어려운 환자들이나 매일 약물을 투약해야 하는 만성질환 환자의 투약 편의성 개선에 도움을 준다.

MOU 체결에 따라 삼양홀딩스 바이오팜그룹은 의료용 생분해성 고분자를 공급하고 지투지바이오는 이를 이용한 미립구를 만들어 서방형 주사제 연구 개발에 착수한다. 양사는 서방형 주사제 시장조사 및 개발 전략 수립부터 상업화 기술 개발, 완제품 판권 논의까지 전방위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앱클론도 ‘앱티스’와 ADC(항체-약물 결합체) 신약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 제휴 협약(MOU)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앱클론의 항체 발굴 기술과 앱티스의 ADC 플랫폼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기존의 항체치료제 대비 효능과 안정성이 개선된 ADC 개발을 목표로 한다.

ADC는 항체의약품과 세포독성 약물을 링커로 연결해 타깃 암세포만을 특이적으로 공격하는 표적 항암제의 한 종류이다. 앱클론은 항체 및 에피토프(결합부위) 발굴 기술인 NEST 플랫폼을 보유함으로써 항원의 특정 에피토프에 결합하는 항체를 발굴하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 앱티스는 항체와 약물을 결합하는 자체 개발 ADC 링커 플랫폼 기술 앱클릭을 보유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지난 11일 신약개발 벤처 기업 ‘J2H바이오텍’과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에 따라 양사는 J2H바이오텍이 보유한 옵티플렉스 기술 및 표적단백질 분해 기술 등을 활용하여 신약을 공동연구할 계획이다.

▶ “실제 알려진 사례보다 많을 것...실패 염두에 둔 계약 필요”=이처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가 늘면서 신약개발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실제로 국산 신약이 완성형으로 나온다기보다는 후보물질이나 임상 초기 단계에서 기술수출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끼리도 오픈 이노베이션이 이뤄지지만 이제는 처음 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글로벌 빅파마와 같은 해외 파트너와 협업하는 곳도 많아졌다”며 “실제 공개되지 않은 계약들까지 합치면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는 실제로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만 오픈 이노베이션에 있어 주의할 점은 만약 개발에 실패했을 때 그 책임에 대한 분담을 어떻게 하느냐일 것”이라며 “신약개발이라는 것이 워낙 변수도 많고 실패 확률도 높기 때문에 계약을 할 때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이런 부분을 명확히 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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