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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친 임종도 못지켜” 이송작전 막후 조율한 '숨은 주역' 무관
이달 초 부임한 허진녕 대령
아프간-파키스탄 간 수송기 급유·협조 역할
"더 많은 사람 살릴 테니 대견해하실 것"
허진녕 대령 [국방부 제공]

[헤럴드경제] 한국 협력 아프가니스탄인들 이송작전에는 모친 임종도 지키지 못한 채 긴박했던 작전을 막후 조율한 허진녕 대령(46·육사 54기)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이달 초 주파키스탄 무관으로 부임한 허 대령은 파키스탄은 물론 아프간까지 혼자서 맡고 있다. 부임해 적응할 새도 없이 초유의 이송 작전에 투입된 것이다.

26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라클'로 명명된 이번 작전은 군 수송기 3대가 출발한 23일 새벽부터 이날까지 나흘간 긴박하게 이뤄졌다.

아프간 카불공항에 집결한 협력자들을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으로 두 차례에 나눠 이송한 뒤 이슬라마바드에서 다시 인천공항까지 수송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여러 차례 수송기가 오가는 과정에서 제시간에 급유를 할 수 있도록 공역을 통제하고, 승·하차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현지 관계자들의 협조를 얻어내는 것이 허 대령의 주된 임무 중 하나였다.

통상 공항은 자국 항공기 우선이라 타국 항공기에 대해서는 비협조적이기 마련이고, 계류장 대기 시에도 수시로 비워달라고 압박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지난 24일 현지 공항에서 모친의 부고 소식을 접했지만, 급박했던 상황에 슬퍼할 겨를조차 없었다. 그날은 1차로 카불을 빠져나온 아프간인 협력자 20여 명이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막 도착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진녕이가 더 많은 사람을 살릴 테니 대견해하실 것 같다"고 했다고 그의 동료들은 전했다.

숨 가빴던 이송 작전에 파키스탄 교민들도 도움을 줬다는 게 허 대령의 전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았던 숙박시설을 군인들을 위한 시설로 개방해 숙식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낸 손길이 빚어낸 '미라클'인 셈이다.

허 대령은 동료에게 보낸 SNS 메시지에서 "대한민국을 위해서, 인도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 참 많다"며 "아무리 이기적인 세상이라곤 하지만, 위기가 오니 다들 뭉치는 게 신기하더라"라고 '작전 성공'의 소감을 전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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