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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 힘으로 우뚝 선 보수 ‘맏형’...거침없는 발언은 ‘호불호’ [대선주자 SWOT 분석 ⑦홍준표]
추종불허 경험·개인기·직설 화법 ‘강점’
거친 입 호불호...불안정한 조직력 ‘약점’
뚜렷한 상승세...尹·崔 하락세는 ‘기회’
세대교체 바람·김종인 등판론은 ‘위기’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처럼 별명 많은 정치인도 흔치 않다. 유권자는 그 정치인이 좋든 싫든, 머릿속에 강렬한 인상이 남았을 때 비로소 별명을 ‘하사’한다. 홍 의원은 신인 시절부터 움직임이 컸다. 험지에서 살아남은 그는 줄곧 김대중·노무현 저격수로 활약했다. 이력이 차고 때가 오자 곧장 당 지도부에 입성했고, 330만명이 있는 도(道)의 행정도 도맡았다. 우리나라에서 치러지는 가장 큰 선거도 뛰어봤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다시 보기 힘든 정치인의 유형”이라는 게 여야 인사들의 설명이다.

홍 의원의 강점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25년짜리 경험, 전매특허 순발력이다. 온갖 일을 다 겪었다는 데서 ‘홍반장’과 ‘보수의 맏형’, 속 시원한 발언으로 ‘홍카콜라’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그의 강점은 약점도 만들었다. 거침없는 태도가 품격을 깎는다는 것이다. 이에 유권자가 붙인 별명은 ‘막말’, ‘싸움꾼’이다. 당내 유력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주춤하는 것은 기회이지만, 정치권 내 세대교체론이 거론되는 점은 위기 요인이다. 최근 홍 의원의 지지층은 그에게 ‘돌돌홍’(돌고 돌아 홍준표), ‘무야홍’(무조건 야당은 홍준표)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홍 의원은 이를 넘어 ‘무대홍’(무조건 대통령은 홍준표)을 실현할 수 있을까.

홍 의원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개인기다. 반사체가 아닌 발광체의 기질이다. 그는 21대 총선에서 무소속의 신분으로 이름 세 글자를 앞세워 승리했다. 보수 표심이 센 대구라고 하지만, 보수 제1당인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가 버젓이 뛰는 가운데 혈혈단신으로 당선된 것이다. 홍 의원은 19대 대선 때도 정치력을 발휘해 성과를 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선수로 뛴 그는 득표율 24.04%를 기록했다.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를 앞지르고 2위였다. 한국당은 당시 ‘탄핵정국’으로 빈사 상태에 가까웠다. 그는 그런 당을 이끌고 785만표를 받아냈다.

홍 의원의 이러한 개인기는 평생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다져졌다. ‘흙수저’인 홍 의원은 어렵사리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검사가 된 후 강단 있는 수사로 유명세를 탔다. 이때 ‘모래시계 검사’란 별명이 탄생했다. 그는 보수의 험지 중 험지인 서울 동대문을에 내리 3차례 입성했다. 홍 의원은 원내에서 입지를 다진 후 원내대표, 당 대표(2번), 경남지사(2번)를 역임했다. 홍 의원은 이런 와중에도 늘 ‘아웃사이더’였다. 최근 복당하기 전까지 당 밖에서 14개월간 나그네 생활도 했다. 홍 의원을 잘 아는 인사는 “그는 온실이 아니라 정글에서 생존력을 다졌다”며 “여의도 인사 중 그의 정치적 본능을 따라갈 수 있는 이는 손에 꼽힐 것”이라고 평가했다.

속시원한 직설 화법도 강점이다. 질문을 피하지 않는 그는 되레 핵심을 파고든다. 메시지도 분명하고, 전투력도 선명하다. 순발력도 상당하다. 최근 대선 출마식에서 자신과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교해보라는 취지의 질문에 “이 지사는 쌍욕을 하는 사람”이라며 “(제)막말 대 (이 지사의)쌍욕이 붙으면 ‘막말 프레임’이 무색해진다”고 받아친 일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홍 의원의 거침 없는 입은 그에게 치명적인 약점도 안겨줬다. 홍 의원은 거친 말로 ‘싸움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실상 비호감도 상승의 핵심 요인이다. 그는 최근 윤 전 총장 캠프 인사들을 ‘레밍’에 비유했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 측에게 “또 막말과 분열의 정치로 당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간 홍 의원의 입에서 나와 도마 위로 오른 ‘막말 논란’들은 그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지지층 확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조직력이 탄탄하지 않은 점도 약점으로 언급된다. 홍 의원 측은 “계파 정치에 기대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야권 관계자는 이에 “정치만 25여년을 한 거물치곤 측근이 많지 않은 편이다. 이는 포용력의 문제로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홍 의원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원내 의원은 2명이다. 조경태(5선·캠프 선거대책위원장) 의원, 하영제(초선·비서실장) 의원 등이다. 당 지도부 중에선 배현진(초선) 의원과 가까운 편이다. 홍 의원의 측근들 중 일부는 그를 떠나갔다. 19대 대선에서 비서실장을 맡은 윤한홍(재선) 의원은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했다. 한때 친홍(친홍준표)으로 불린 윤재옥(3선) 의원은 홍 의원의 경쟁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돕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전·현직 의원들은 27일 “그의 비주류 이미지도 문제”라고 했다. 여야를 아우르는 큰 정치를 해야 할 대통령직에 어울리지 않는 성향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직 의원은 “대통령의 최대 덕목은 안정감인데, 유권자가 홍 의원에 대해선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런 홍 의원이 얼마 전부터 부쩍 바람을 타고 있다. 실제로 그는 최근 대권주자 지지율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 한 여론조사에선 범보수권 대선후보 적합도를 놓고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을 한 자릿수 차로 따라붙었다는 결과도 나왔다. 홍 의원은 이에 “‘무야홍’이 ‘무대홍’으로 될 수 있다”며 “추석 전후 (윤 전 총장을 상대로)골든 크로스를 이루겠다”고 자신했다. 그의 상승세와 달리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이 주춤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그는 국민의힘 대권주자들 간의 토론회도 벼르고 있다. 숱한 토론으로 갈고 닦은 돌파력을 통해 단숨에 분위기를 뒤집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홍 의원의 입지는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질수록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보수 지지층은 지난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백전노장의 중진급 인사가 아니라 30대 청년을 당 대표로 선택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존재도 홍 의원에게는 껄끄러운 부분이다. 이미 당 안팎에선 김 전 위원장 역할론이 거듭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전 위원장이 대선 국면에서 나름의 영향력을 갖게 되면 그와 사이가 좋지 않은 홍 의원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원율 기자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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