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디지털 뱅킹’ 구호 요란한 은행권…디지털 실적 발라낼 수 있을까 [서정은 기자의 나·알·아]
디지털 화두에도 PNL 분석 공백
온·오프 병행영업에 구분 어려워
실적 좋더라도 ‘지점 무용론’ 부담
제대로 된 수치 밝히기 어려울듯

금융사들이 최근에서야 디지털 실적을 발라내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금융사들은 실적을 구분하기 까다로운데다, 자칫 이를 수치화 할 경우 ‘지점 무용론’으로 번질 수 있어 분석을 꺼려왔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있는 만큼 주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현황 분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는 올해 KB스타뱅킹의 손익분석(PNL, Profit and Loss)을 위한 시스템 작업에 착수했다. KB스타뱅킹을 그룹의 주 플랫폼으로 키우는 만큼 정확한 현황파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에 이를 위해 외부 컨설팅 업체를 활용해 관련 자문을 받았다.

하나은행 또한 최근 디지털 성과관리체계 도입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은행의 비대면 영업 증가에 따라 보다 면밀한 디지털 성과 산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사들은 겉으로 디지털 뱅킹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손익분석에 대해선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회계, 재무 부서에서 난색을 보이는데다 온·오프라인을 활용해 영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내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려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복수의 금융사 관계자들은 “예를 들어 고객이 영업점을 방문해서 금융상품 상담을 하고, 영업점에서 뱅킹앱으로 가입할 경우 디지털 실적인지, 오프라인 실적인지 구분하기가 애매한 측면이 있다”며 “만일 이를 디지털 실적으로 잡아 수익이 크게 날 경우 지점 무용론이 제기될 수 있는데다, 실적이 나쁘다고 해도 그 나름대로 회의론이 든다는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시중 4대 지주 및 은행 IR 자료를 살펴봐도 디지털 관련 수익 등을 따로 발표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신한금융, 우리금융정도만 디지털 성과를 일부 밝히고 있는데 이마저도 손익에 대한 부분은 명쾌하지 않다. 신한금융은 월간사용자(MAU) 추이, 디지털 커버리지 비율, 자체 산출식을 통한 디지털 전략적 비용절감을 보이고 있지만 정확한 앱의 PNL은 알 수 없다. 우리금융의 경우 MAU 추이, 비대면 비중, 간편결제 금액 정도만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내부 이해관계 충돌, 회계처리 문제 등 현실적 어려움도 많지만 더이상 디지털 손익분석에 대해 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디지털 금융사 전환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주 비즈니스에 대한 분석을 공백으로 남겨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각 사들이 지금부터 디지털 채널에 대한 손익 분석을 하더라도 여러가지 문제로 제대로 된 수치 등을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최근 들어 해외 사례를 참조해 디지털에 대한 면밀한 분석 필요성이 제기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