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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출지원은 연명일 뿐...세금혜택 더 시급” 자영업자 한숨만
정부 민생대책 발표후 남대문시장 가보니
“좋은 조건 대출도 결국 갚을 돈
임대료·인건비 지원 더 필요”

‘퍼주기 논란’ 채무탕감 대책도
상대적 박탈감 느낀 상인들 부정적

“대출은 결국 갚아야 하는 것 아니냐. 실질적으론 도움이 안된다”(문구점을 운영하는 60대 남성 A씨)

“실제로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도 별로 없겠지만, (채무 탕감은) 안 했으면 한다. 다들 속사정이 다른데 공평하지 않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여성 B씨)

휴가철이 본격화된 7월 말 찾은 서울 남대문 시장 골목은 한산했다. 45년째 이 곳에서 장신구 가게를 운영한다는 70대 상인은 7평 남짓 상가가 텅 빈 것을 가리키며 한숨을 쉬었다. “대출만 5000만원을 받았는데 세금, 인건비, 임대료로 써 이미 없는 돈”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출말고 임대료 지원이나 세금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민생안정대책으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공개했지만, 정작 지원 대상인 상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반대 움직임을 보일 정도로, 퍼주기 논란이 일고 있는 30조원 규모의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에 대해선 “실효성이 없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옷 가게를 운영하는 30대 남성은 “대출 지원은 연명이지 근본적 대책이 아니다. 코로나가 풀리거나 잘 될 것이란 보장이 없는데 이게 답이 될 수 있겠냐”면서 “결국 갚을 돈만 늘어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남대문 시장 인근 은행 영업점 직원도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여기는 고객이 많다. 아무리 유리한 조건의 대출 지원이라도 결국 원상복구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결국 세금이 투입되는 정책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지원의 효과나 유지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437조원으로, 코로나 대유행 이전인 2019년 6월 말 잔액 325조원에서 100조원 넘게 증가했다. 한은은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자영업자 대출은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 등 영향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원금을 60~90%까지 감면해주겠다는 대책 역시 상인들은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원금 탕감 대상은 90일 이상 장기 연체돼 취약차주로 판단된 이들인데, 어려운 상황에서도 빚을 갚아나가던 이들은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됐다.

남대문 시장 근처 주점을 운영하는 문 모(35)씨는 “아직 회복이 다 안됐지만 열심히 장사하며 갚아나간 이들이 오히려 지원을 못받게 되는 것 아니냐”면서 “대출 지원이 아닌 회복 지원을 더 해주되, 전년도보다 매출이 더 성장했다거나 하는 이유로 지원에서 소외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1년 전보다 매출이 늘었다는 이유로 지난 5월30일 지급 시작된 ‘소상공인 손실보전금’을 받지 못한 상인들은 이번 지원책에도 눈길이 곱지 않다. 상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지난해보다 사정이 조금 나아졌지만 아직 경기 회복이 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한 상인은 “식재료 가격 상승 등 여러 요인 탓에 매출로는 실제 손해를 파악할 수 없으니 이익 감소를 기준으로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가 지급 요건을 고수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했는데 이제와 이익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매출 조금 올랐다고 지원도 못받으면 너무 억울하다”고 전했다.

이종민 자영업연대 대표는 “아직 경기 회복이 안 됐음에도 정책이 대출 위주로만 검토되는 것 같아 아쉽다”며 “심각한 구인난 지원이나 업종별 세제 지원 등 소상공인이 원하는 실질적 대책이 더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금융 대책은 금리 상승기 소상공인들의 금융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 하지만 일부 ‘퍼주기’ 비판 여론의 예상과는 달리 다수 소상공인은 피해 복구를 체감하기 힘들 것”이라며 “과한 임대료 책정을 막기 위한 시장 모니터링이나 세금 감면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더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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