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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지 않으려면

최근 산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노노(勞勞) 갈등’이다. 원청과 하청 노동자와의 갈등 혹은 다수 노조와 소수 노조와의 갈등이 확산하며 1인시위와 파업, 가두시위 등 다양한 형태의 노동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예전엔 일명 ‘타도해야 할(?)’ 대상이 대기업을 필두로 한 사용자 집단이었다면 지금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원청 노동자 혹은 다수 노조가 된 셈이다.

노조 사이에 낀 기업들은 상당히 난감하다. 특히 소비자와 직접 소통해야 하는 유통기업들은 노노 갈등에 따른 기업 이미지 실추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파리바게뜨를 운영 중인 SPC는 최근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민주노총 지지자들이 가맹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여 고객들의 원성을 듣고 있다. 민주노총은 파리바게뜨 제빵사들이 소속된 PB파트너스에서 직원의 4%가 조합원으로 가입한 소수 노조다. 다수 노조인 한국노총이 가맹본사와 ‘사회적 합의’ 완료를 알리는 ‘비전선포식’을 한 상황이다 보니 민주노총은 자신들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으로 전국 각지에 있는 파리바게뜨 가맹점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1인시위는 집회 신고도 할 필요 없어 언제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는 여름성수기까지 놓칠 뻔했다. 하이트진로의 화물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경기 이천공장과 충북 청주공장 등의 입구를 봉쇄하면서 소주, 맥주 등 제품 출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16일에는 하이트진로 본사까지 점거해 직원들의 출근을 막았다. 이들 역시 수양물류 측에 요구한 운송료 인상 등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원청 업체인 하이트진로를 공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노노 갈등 혹은 이로 인한 원청업체들에 대한 공격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파리바게뜨의 가맹점주들이다. 파리바게뜨 매장은 일부 직영점 외에 대체로 가맹계약을 한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노조가 가맹본사의 부당함을 주장하면서 매장 입구에서 1인시위를 하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가맹점주들이 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재확산 및 폭염, 폭우 등으로 매출이 나빠졌는데 1인시위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장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하이트진로 사태도 공장 봉쇄기간에 일을 하지 못한 화물차주 동료들은 물론 소주, 맥주 등을 확보하지 못한 주류도매상, 주류창고, 대형 식당 등에 피해를 줬다.

정치권에서도 무겁게 받아들일 만큼 노노 갈등은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올해 공동 국정감사 주제로 ‘을 중의 을, 하청기업 하청노동자 국감’으로 정했다. 노노 갈등이 원청-하청-재하청 등으로 이어지는 노동구조와 프랜차이즈·플랫폼 등 전통적인 노사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 사업에서 파생된 문제이니만큼 올해 국감이 노노 갈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더는 거대 노조 간 고래 싸움에서 가맹점주나 주류도매상 등과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하는 상황을 묵과해선 안 된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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