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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 뒤 삼성·SK 존재감 이 정도?” 천금 같은 기회 잡았다 [AI반도체 전쟁②]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한 AI 기술 반도체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필수…한국 독보적 우위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 강화 절실…정부 지원해야”
반도체 제조 관련 업무 모습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초거대 AI 활성화로 AI 반도체 등이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하며 국내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고성능·고용량 D램 반도체 기술 발전에 주력하는 동시에, 향후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영향력을 넓힐 수 있도록 사활을 걸고 있다. 챗GPT 등 강력한 성장동력 등장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침체를 극복하고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세계서 유일하게 韓 기업만 양산…메모리선 ‘독보적 우위’

초거대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고 전송하는 과정에서 1만 개 이상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사용한다. 이 GPU의 성능 향상을 위해서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으로 대표되는 고성능·고효율 D램이 필수적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HBM을 생산하는 곳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뿐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7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양사가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삼성전자 HBM PIM 제품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와 AI 프로세서를 결합한 ‘HBM-PIM’ 제품을 내세우고 있다. 기존 GPU 가속기보다 성능이 평균 2배 가량 높고, 에너지 소모는 절반이다. GPU 업계 2위인 AMD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챗GPT에 들어가는 엔비디아 GPU에는 SK하이닉스의 3세대 HBM(HBM2E)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미국 AMD와 HBM 제품을 선보인 후 4세대 제품(HBM3)까지 선보였다.

SK하이닉스 HBM3 D램[SK하이닉스 제공]

국내 IT 플랫폼, 통신사들도 AI 반도체 기술을 위해 손을 맞잡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는 네이버와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KT는 한국형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리벨리온은 최근 국내 최초로 챗GPT 원천 기술인 트랜스포머 계열 자연어 처리 기술을 지원하는 AI 반도체 ‘아톰’을 출시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5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을 거쳤으며,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인 KT의 초거대 AI 서비스 ‘믿음’ 경량화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또 다른 팹리스 스타트업 ‘퓨리오사 AI’는 내년 상반기 챗GPT와 같은 트랜스포머 기반의 언어모델을 지원하는 2세대 칩을 양산할 계획이다. 1세대 제품 대비 성능을 8배 향상시켰고, 주요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전력 대비 성능을 2배 이상 높인 것이 특징이다.

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출시한 아톰 [리벨리온 제공]
AI 반도체 경쟁 이미 시작…“절호의 기회 놓쳐선 안돼”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기술 개발이 ‘필수불가결’한 것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백준호 퓨리오사 AI 대표는 “챗GPT라는 중요한 애플리케이션이 나오면서 이제 AI 반도체 분야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내야 하는 시장이 됐다”며 “한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기본 코어가 탄탄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모두가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빨리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간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대표적으로, 오픈AI의 초기 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7일 자사 검색 엔진 ‘빙(Bing)’과 ‘엣지’에 챗GPT를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 역시 AI 챗봇 '바드(Bard)'를 발표했다.

전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 대만 TSMC의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14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TSMC의 지난 1월 매출은 전월 대비 3.9% 증가한 2000억5100만 대만달러(약 8조3800억원)를 기록했다. 전방 산업 수요가 위축으로 TSMC의 상반기 실적이 악화될 것라는 시장 전망치와 상반된 결과였다.

이 같은 ‘어닝 서프라이즈’는 챗GPT 수요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AMD 등 고객사들의 HPC(고성능컴퓨터) 프로세서 긴급 주문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픈AI는 연산 수요 급증으로 엔비디아 H100 프로세서를 1만개 이상 주문했는데, 이 프로세서는 TSMC에서 전량 제조한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123rf]

반면, 국내 기업들은 AI 반도체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다소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의 70% 가량을 시스템 반도체가 차지하고 있지만, 이 중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높지 않다. 미국 인텔, 대만 TSMC, 영국 ARM 등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지능형 반도체 분야 강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미세 공정 개발, 반도체 소자 연구 등이 수반돼야 하고, AI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파운드리 팹 라인 구축 등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며 “챗GPT 열풍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의 한국 기업들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총 8262억 원을 투자해 국산 AI 반도체를 고효율·극저전력 PIM(지능형 반도체)로 고도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차세대 AI 반도체 기술로의 산업 대전환이 예고되는 만큼, 신속한 대응을 통해 주도권을 잡겠다는 목표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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