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불황에도 다주택·고가주택 거래 증가
추가매수·증여·일시적 2주택 영향
70억 이상 거래도 전년비 소폭늘어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 및 일대 아파트 모습. 임세준 기자

주택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다주택자 비율과 고가주택 거래는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떨어지자 추가 매수에 나서거나 증여를 택하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21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다소유지수는 16.292로 전월(16.268) 대비, 전년 동월(16.131) 대비 각각 0.15%, 0.99% 증가했다. 월별로 보면 다소유지수는 작년 6월부터 8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소유지수는 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을 소유한 이들 중 2채 이상을 가진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다주택자 비율의 증가 배경에는 현금 여력을 지닌 일부 유주택자가 하락장을 오히려 알짜 급매물을 줍는 기회로 삼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매수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급매물이 빠르게 소화되고 있어, 다주택자로 갈아탄 이들이 늘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규제 완화 영향도 주목된다. 이전 정부에서 ‘집값 급등 주범’으로 지목되던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버티기’에 나선 이들이 증가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자 다주택자의 시장 참여 활성화를 겨냥해 지난해 말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일시적 2주택자의 숨통이 트인 점도 다주택자 비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2일 ‘부동산 세제 보완방안’을 발표하며 일시적 2주택 특례 요건 중 종전주택 처분기한을 신규주택 취득일로부터 3년 이내로 연장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취득일로부터 2년 안에 종전주택을 매각해야 했는데, 기한이 1년 연장됐다. 이와 관련, 집합건물 2채 소유 지수는 지난해 1월 11.024에서 지난달 11.1로 0.07포인트 늘어, 지난 1년간 소유 지수를 보유한 집합건물 개수별로 봤을 때 증가폭이 가장 컸다.

아울러 전문가 사이에서는 다주택자 사이에서 증여 거래, ‘부의 이전’이 이뤄지며 다주택자 가구가 분화한 사례가 늘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매수자 우위 시장에서 헐값에 내던지느니 차라리 물려주겠다는 이들이 나왔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3348건이었는데, 이 중 증여로 인한 거래는 1000건으로 전체 거래의 29.8%에 달했다. 재작년 12월에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 4931건 중 증여는 597건으로 전체 거래의 12.1%에 그친 바 있다.

다주택자 비중 증가와 함께 초고가 아파트 거래량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70억 이상 초고가 아파트는 31건 거래됐다. 전년도 29건보다 소폭이지만 늘었다. 앞서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6건, 2020년에는 5건 거래된 바 있다.

이같은 거래량 증가는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량이 1만2005건으로 전년(4만1988건) 대비 약 29.6% 수준으로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크게 대조된다.

지난해 70억 이상 아파트 중 가장 많이 거래된 단지는 용산구 한남더힐과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로 각각 6건을 기록했다.

100억이 넘는 아파트 거래는 4건이었다. 강남구 청담동 PH129 전용 273㎡가 145억으로 가장 비싼값에 거래됐고, 그 뒤를 이어 용산구 한남동 파르크한남 268㎡가 135억에,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264㎡가 130억, 한남동 한남더힐 240㎡가 110억원 순이었다.

2021년도에는 용산구가 29건 중 16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지난해는 서초구가 31건 중 12건으로 가장 많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윤지해 부동산R114의 리서치팀장은 “지난해 급격한 금리상승은 부자들보다 일반 서민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쳤다”며 “금융위기 혹은 경제의 시스템적 붕괴가 벌어지지 않는 이상 상위 0.1% 하이앤드 시장은 계속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고은결·서영상 기자

ke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