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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쥔 美 긴축 고삐, 한은도 금리 인상 못 끝낸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이달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시사한 뒤 뉴욕증시는 급락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현경·김광우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다시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도 한 발 더 요원해졌다. 미국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되고, 원/달러 환율도 다시 급등해 국내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역시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이는 최종적인 금리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파월 의장은 7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최종적인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만약 전체적인 지표상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연준이 지난달 0.25%포인트로 늦췄던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오는 21~22일 열리는 FOMC에서 다시 0.50%포인트로 높이며 긴축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이 빅스텝에 나설 경우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4.50∼4.75%에서 5.00∼5.25%로 올라간다.

이 경우 현재 1.25%포인트인 한미 금리차는 단번에 1.75%포인트까지 벌어져 역대 최대폭을 기록하게 된다. 지금까지 한미 금리차가 가장 컸던 건 지난 2000년 5월부터 10월까지 1.5%포인트였다.

한미 금리차가 확대되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달러 환율이 다시 뛰며 금융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파원 의장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 이후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23% 급등하며 3개월래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8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7.8원 뛴 1317.2원에 출발한 뒤 강세를 이어갔다.

코스피가 8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1% 이상 하락 출발해 2,430대로 뒷걸음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27.77포인트(1.13%) 내린 2,435.58로 개장했다. 사진은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최우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환율이 가장 큰 이슈다. 한미 금리차가 급격히 벌어지는 상황이 되면 환율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면서 “연준의 빅스텝이 이뤄진다면 한은 입장에서도 매우 부담스럽고, 그런 상황이 6개월이나 1년 가까이 가기는 어려우니 정책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한미 금리차가 벌어지면 리스크가 커진다. 우리는 외환시장 안전성이 중요한데, 지금 경상수지가 그렇게 좋지 않고 달러 흐름도 원활하지 않다”며 “이 상황에 금리차가 많이 나면 외환시장이 민감해질 가능성이 있고, 환율도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는 물가 못지 않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고용, 소비자 지출, 제조업 생산 등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등 환율이 상승할 경우 반드시 수출 증대로 이어지리란 보장도 없는 상황이다.

최 교수는 “중국 리오프닝으로도 수출이 급격히 늘지 않으면 한은으로서도 기준금리를 유지해 한미 금리차가 벌어지는 상황을 유지하면서 경기를 부양시키는 방법이 없어진다”며 “금리를 내려서 환율을 절하시켜도 경기가 부양되지 않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고민이 있을 것이고, 무게감을 줄이는 방향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은도 4월 금통위에서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 교수는 “한은 입장에서는 부담은 있겠지만 대응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말할 수 없고, 3.75%까지는 가능성을 크게 열어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pink@heraldcorp.com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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