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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원도 ‘챗GPT’로 일자리 잃나…AI 상담 확대에 고객들은 “오히려 좋아”
서울 한 KB국민은행 지점에 설치된 AI은행원 키오스크.[KB국민은행 제공]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적금 해약 겸 대출 상담을 위해 방문한 은행서 당혹감을 느꼈다. 그는 적금을 해약했을 때 포기해야 할 기대수익을 알고자 지점을 방문했지만, 은행원은 설명 없이 “모바일로 하시면 더 편해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계속되는 질문에도 퉁명스러운 대답이 이어지자, A씨는 대출 상담도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A씨는 “상세 내용을 알고 싶어 30분을 대기하며 대면 창구를 이용한 건데, 인터넷을 이용하라는 말만 할 거면 은행원이 무슨 필요가 있냐”고 토로했다.

최근 오픈AI(인공지능) 대화형 챗봇 ‘챗GPT’가 세간의 화제로 떠오르며, AI 챗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날도 머지않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이미 대체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근 몇 년간 은행들은 비대면 AI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대면 창구 인력을 줄이고 있다. 이에 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의 편리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한편, 불친절한 은행원보다는 고도로 발달한 AI가 낫다는 등의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은행권, 대면 업무까지 ‘AI은행원’ 도입…창구 직원 설 자리 잃는다

서울 한 시중은행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연합]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활용하고 있는 AI 챗봇 서비스의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MAU)는 100만명을 올해 100만명을 돌파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AI 챗봇의 활용성 및 고객 친화적 서비스를 확대 개편했는데, 오는 6월부터 KB금융그룹 계열사 업무 상담을 종합적으로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이다.

AI 챗봇 서비스 강화는 타 은행들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자사 챗봇 서비스인 ‘오로라’를 통해 안심전환대출 상담과 대출 신청까지 가능한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9월 AI 챗봇 서비스 ‘하이챗봇’을 전면 개편했다. 상담 기능 강화와 맞춤형 답변을 제공할 수 있는 ‘개인화 서비스’를 도입 등이 이루어졌다. NH농협은행은 ‘정이든·이로운’이라는 이름의 AI은행원을 선보이기도 했다.

서울 서소문 신한은행 디지로그 브랜치에 도입된 ‘AI 컨시어지’ 모습.[신한은행 제공]

이처럼 비대면 서비스 및 AI의 영역이 확장되며 ‘텔러’로 명명되는 창구직 직원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은행에서 근무하는 정규직원 수는 10만4000여명으로, 전년(10만6900여명)에 비해 3000명가량 감소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줄고, 비대면 서비스의 영역이 대폭 확대된 탓이다. 한국신용정보원의 ‘금융 AI 시장 전망과 활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 AI 시장은 연평균 38.2% 성장해 오는 2026년이면 3조2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물론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헤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노인층 등 금융소외계층의 경우 은행원을 만날 수 있는 대면 영업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AI은행원은 비대면뿐만 아니라 대면 영업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21년 금융권 최초로 AI 기술을 활용한 업무 안내 서비스 기기 ‘AI 컨시어지’를 도입했다. 국민은행도 1300개의 응대 시나리오를 학습한 AI은행원을 현장에 도입해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AI은행원를 구현해, 일부 대면 업무를 맡길 계획이다.

“AI은행원 도입되면 ‘편의성’ 증가할 것” 기대에도…기술·보안 등 난관 많아

서울 한 시중은행의 창구가 업무를 보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연합]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반응도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20대 직장인 B씨는 “점심시간도 자유롭지 못한 탓에 은행을 방문하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닌데, AI은행원이 도입돼 공간이나 영업시간 제약이 풀린다면 더 편리하게 업무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0대 자영업자 C씨는 “은행 업무에 어려운 단어가 많다 보니, 이것저것 물으면서도 은행원들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사람처럼 말할 수 있는 기계가 도입되면 그런 불편은 해소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에 AI 챗봇이 활성화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현장의 은행원을 온전히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고도화된 서비스는 구현되지 않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이 AI은행원 활용을 적극적으로 늘리기보다, 시범 운영을 통한 고도화 작업에 몰두하는 이유다. 보안 문제를 둘러싼 제도적 문제도 화두다. 금융산업에서 AI 기술에 의한 보안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 등을 다루는 규제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 내부에서도 자체적으로 도입한 AI은행원과 같은 기술을 상용화하기는 이른 단계라는 시각이 많다”면서도 “그간 AI나 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금융 서비스의 발전 속도를 고려해보면, 일반 소비자들이 거리낌 없이 AI은행원을 이용하는 날도 머지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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