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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경호 부총리는 왜 막걸리·탁주 세금을 얘기할까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술값마저 무서운 시대’라는 말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고물가에 소주가 6000원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최근 여러 보도가 나왔습니다. 술값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 중 하나가 ‘세금’인데요. 9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맥주와 탁주의 현행 주세 방식이 적절치 않다”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부총리의 주세 물가연동제 폐지 발언은 민심 달래기용일까요, 과도한 술값 인상을 잡을 대안일까요.

연간 3조원 규모 주세…4월 ‘3.57%’ 상향 예정

추 부총리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술 세금(주세·酒稅) 제도를 알아야 합니다. 맥주에 붙는 세금은 ▷관세 ▷주세 ▷교육세 ▷부가세, 총 4가지인데요. 대부분 국가는 과도한 음주소비에 대한 규제와 공공재원 확보를 위해 세금을 걷습니다. 주세는 국세의 하나로, 납세의무가 주조업자에게 있지만 실제 소비자가 그 가격을 부담하게 되는 ‘간접세’에 해당합니다. 주세로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은 2015년 이후 3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외교부가 편성한 올해 예산이 3조358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 부처 하나를 운영할 만큼 큰 액수인 셈이죠.

서울 한 식당의 메뉴판(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연합]

이런 맥주와 탁주의 세금은 다음달부터 오르기로 이미 예정된 상태입니다. 1월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2022년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5.1%의 70%인 3.57%를 반영해 ℓ당 세금이 상향됐어요. 맥주와 택주의 종량세율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결정이 되는데요. 이에 다음달부터 맥주와 탁주에 붙는 세금은 ℓ당 각각 885.7원, 44.4원이 됩니다. 맥주의 경우 지난해 ℓ당 인상액 20.8원과 비교해서는 46%가 높은 겁니다.

추경호 “종량세 물가연동제, 시중에서 더 올려 문제”

맥주와 탁주는 2020년 법 개정에 따라 무게와 알코올 도수에 따라 매겨지는 종량세로 적용 방식이 바뀌었어요. 원래 이 두 술은 1949년 주세법 제정 당시 종량세였다가 박정희 정부 당시 1968년 종가세로 바뀐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다시 52년 만에 종량세로 바뀌었는데요. 수입맥주 대비 국내 맥주는 판매 관리비와 유통비 등이 포함돼 세금이 측정되니 가격 경쟁에서 밀린다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죠.

그럼 소주는 어떻게 되냐고요. 술마다 과세 방식이 다릅니다. 주세의 방식은 크게 ‘종량세’와 ‘종가세’ 두 종류인데 서민 대표 술이라 불리는 소주는 출고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는 종가세가 적용됩니다. 소주·위스키 등 증류주는 세율이 (출고가 기준) 72%, 청주·과실주는 30%이 적용됩니다.

추 부총리는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인해 몇원 안팎 인상 요인이 생겼을 때 시중에선 세금을 빌미로 몇백원씩 올리는 양상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종량세를 물가에 연동하기보다는 일정 시점 국회에서 한 번씩 세액을 정해주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2020년 주세법 개정 당시 주세는 전년도 물가와 ‘연동’하되 물가상승률의 70~130% 내에서 정부가 정할 수 있다는 조건이 달렸는데요. 추 부총리는 이 조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거죠.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의 모습(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연합]

얼핏 ‘물가 연동제 폐지’는 술값을 잡아줄 대안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주세는 ‘간접세’이기 때문에 소득과 무관하게 사 먹는 누구나 부담합니다. 이때 가난한 사람일수록 주세가 올랐을 때의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고물가 속 세금이 오르지 않는다면 업계든, 소비자든 환영할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문제를 좀 더 입체적으로 보려면 세금의 역할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물가 연동제가 폐지되면 주세가 고정 가능합니다. 2015년 이후 고정돼 있는 담배 세금처럼 말이죠. 정부는 음주가 몸에 해롭기 때문에 과도한 음주규제를 명목으로 주세를 걷습니다. 그런데 주세가 고정되면 이 취지와는 맞지 않게 나라가 ‘술값을 지켜 준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물가 상황이라면 실질 세수는 줄어들게 되는 셈이죠.

0.5→2.5→3.57%…주세 바로미터는 ‘물가상승률’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진열된 수입맥주(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연합]

추 부총리가 언급한 ‘국회에서 세금 수준을 정하는 방식’ 또한 담당 부처가 국회로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습니다. 여론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회가 매번 주세를 정하게 되면 조율 과정에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거죠.

물가 인상 상황에서는 주류 뿐만 아니라 인건비, 부자재 등 모든 품목의 가격이 오릅니다. 2020년과 202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0.5%와 2.5%였고 이에 따라 그 다음해 주세(맥주 기준) 상승률은 각각 0.5%(2021년), 2.49%(2022년)였습니다. 물가가 높지 않다면 주세 상승률도 높아지지 않았겠지만 물가 만큼이나 투명한 것이 주세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결국 문제가 되는 지점은 현 주세법에서 주세에 연동되는 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최대폭(5.1%)으로 올랐다는 사실입니다.

물가 연동제가 폐지 되면 술값 인상이 멈출 수 있을까요. 추 부총리의 주세 물가연동제 폐지 발언이 민심 달래기용일지, 과도한 술값 인상을 잡을 대안일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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