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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딜레마에 빠진 근로시간 제도개편…경영계 "현 탄력근로제보다 후퇴"
尹 "주 최대 60시간 이상은 무리"
"전문가들이 수개월 연구해 만든 개편안, 대통령 한 마디에 폐기"
경영계도 "尹 가이드라인, 탄력근로제보다 5시간 줄어든 근로시간제"
MZ "60시간 제한하면 공짜야근 사라지나"...'장시간 근로' 프레임 못 벗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2030 자문단과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제도개편안대로라면 연장근로시 ‘주 최대 69시간’ 근로가 가능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보완할 것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 지시대로 ‘주 최대 59시간’으로 제도개편안을 손보게 될 경우 개편의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현행 주 52시간제 보완으로 이미 시행하고 있는 탄력근무제로도 이미 특정주에 최대 64시간 근로가 가능하다. 이 탓에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노동계 뿐 아니라 경영계에서도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 가이드라인 ‘주60시간’, 근거는 뭐냐”=17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제15기 정책기자단 발대식을 열어 대학생과 대학원생 15명, 직장인 4명 등으로 구성된 총 25명의 정책기자단을 위촉하는 자리에서도 근로시간 제도 개편 관련과 관련 의견을 청취한다. 이 장관은 지난 14일 윤 대통령이 직접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한 이후 연사흘 MZ노조협의체, 2030 자문단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런 ‘소통’만으로는 대통령의 보완 지시를 충족할 수 없게 됐다. 전날 윤 대통령이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직접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근로시간 제도개편의 취지가 “노사 합의에 따라 근로시간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함이었지만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됐다”며 구체적인 숫자가 제시된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주 최대 근로시간이 69시간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용부가 대통령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데 대한 불만이 크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제시한 ‘주 60시간’이 합리적인 근로시간 개편안이라는 어떤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대통령이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회의를 표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노동계 한 전문가는 “정부가 마련한 제도개편안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라고 하는 전문가 집단이 수개월 여론 수렴과 토론을 통해 마련한 안”이라며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한 개편안을 대통령이 한 마디 말로 뒤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영계 “탄력근로제 64시간, 현행만 못하다”=대통령의 ‘주 60시간 미만’ 가이드라인은 경영계에서도 환영할 수 없는 내용이다. 정부 개편안은 기존처럼 주 52시간제를 활용하거나 특정주에 주 64시간 또는 주 69시간 집중 근무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반면 최대 근로시간만 보면 윤 대통령 가이드라인은 개편안의 후퇴다. 실제 주 52시간제 보완으로 이미 시행하고 있는 탄력근로제는 특정주에 최대 64시간 근로가 가능하다.

탄력근로제는 특정 주의 법정근로시간(40시간)을 52시간까지 늘리는 대신 다른 주의 법정근로시간을 줄여 최장 6개월간 주당 평균 법정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맞추는 제도다. 근로기준법 51조의 2에 따라 노사가 합의하면 도입할 수 있다. 노사가 3개월간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근로자는 최대 6주까지는 주 64시간(법정근로시간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일할 수 있다.

주 52시간제의 경직성을 완화하겠다는 정부가 탄력근로제보다 최소 5시간 줄어든 근로시간제를 만드는 셈이다. 개편안에 담긴 11시간 연속 휴식, 근로시간저축계좌제, 근로자대표제 정비,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근로시간 출퇴근 관리 강화 등 특정주 최대 근로의 부작용을 상쇄하기 위한 보완책으로 마련한 근로자 지원 대책도 달가울 리 없다. 경영계는 아직까진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개편안을 주 60시간 미만으로 하면 지금 주 52시간제와 비교해 어떤 실익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MZ “60시간 제한한다고 ‘공짜야근’ 종식되나”=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통령 말대로 ‘주 최대 60시간 아래’로 상한선을 규정한다고 해도 ‘장시간 근로’라는 프레임을 넘어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MZ노조협의체(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의 유준환 의장은 전날 “69시간이든 60시간이든 (주 최대 근로) 시간이 줄어드는 게 문제가 아니다”며 “60시간으로 제한한다고 해서 공짜야근이 종식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대통령 가이드라인대로 주 최대 근로시간을 60시간 이하로 줄인다고 해도 MZ세대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탓에 고용부 내부에서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어떻게 반영해야 할 지 고심하고 있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공짜야근’이나 ‘한 달짜리 휴가’에 대한 MZ세대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근로시간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대통령 지시사항을 포함해 MZ뿐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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