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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8개월만에 무역분쟁 해결…반도체 공급망 불확실성 완화
日 수출규제 해제에 韓 WTO 제소취하
후쿠시마 수산물·만성적 무역적자 숙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4년여만에 양국 간의 수출 규제 관련 갈등이 봉합됐다. 이로써 양국은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불확실성 완화와 연구·개발(R&D) 등 다방면에서의 경제협력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전략기술과 일본의 강점이 큰 소재, 장비, 기초과학 분야에서 공동 연구와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반(反)중국’ 노선이 강해진다는 점에서 여전히 불확실성은 존재한다. 우리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5%가량으로 수출 한국 위상의 ‘최대 지분’은 중국이 쥐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2대 투자국이기도 하다. 여기에 후쿠시마산 수산물 규제 완화 여부도 양국이 풀어야할 현안이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전날 도쿄에서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불화수소·불화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의 수출 규제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일본 측의 3개 품목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화답하면서 3년 8개월 동안 이어진 한일 간의 수출 규제 관련 갈등을 해소됐다.

앞서 일본은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피고 기업이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리자 이에 반발해 2019년 7월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섰다. 이어 같은 해 8월에는 화이트리스트(수출관리 우대국)에서도 한국을 배제했고, 이에 한국은 그해 9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WTO에 제소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수출 규제와 관련한 문제를 일단락 지으면서 양국간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 협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한 가운데 삼성전자, SK 등 반도체 제조사들이 핵심 물질의 수급 안정성을 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다행”이라며 “지금까지는 미국과 기술동맹을 추진할 때도 양자 간 관계만을 생각해왔지만, 앞으로는 일본과도 함께 협력함으로써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수교이래 대(對)일본 누적 무역적자액이 930조원에 육박하는 등 만성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교역이 활기를 띤다 하더라도 이러한 구조적·만성적 적자 구조는 우리경제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대일 무역적자 누적 규모는 양국이 국교를 정상화한 1965년부터 지난해까지 57년간 7000억달러(한화 926조1000억원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는 한번도 일본에 대해 무역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자제품을 비롯한 다양한 품목에서 수입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전자제품, 반도체, 철강 등은 세계시장에서 일본을 꺾었지만 여전히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는 일본으로부터 수입해야 하는 품목들이 많다.

또 다음달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한미일 공급망 협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우리나라와 일본은 미국이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제어하려고 출범한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서 주도적으로 만든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일명 ‘칩(Chip)’4에도 우리나라와 일본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상태다.

미국 주도로 가치를 함께하는 국가 간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중국이 경계감을 갖고 바라보고 있어 향후 한중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이목이 집중된 상태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보복을 진행할 경우 국내 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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