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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서히 속 곪아가는 증권사?…건전성 척도 ‘고정이하자산’ 5년 새 2.6배 늘었다 [투자360]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연합·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증권사들의 자산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실자산’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자산 규모가 5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한 가운데, 규모로는 2.6배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작년 말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바탕 유동성 경색 홍역을 치렀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의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증권업계엔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4분기(12월말) 기준 국내 43개 증권사 고정이하자산 총액은 2조6408억원으로 전년(2조2666억원) 대비 16.51% 증가했다. 5년 전이던 2017년 4분기(1조33억원)와 비교하면 무려 163.22%나 늘어난 것이다.

총자산 중 부실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자산 비율도 지난해엔 2015년 이후 처음으로 3%대에 진입했다.

고정이하자산 총액이 지속적으로 커지는 가운데서도 더 빠른 속도로 증권사들의 총자산 규모가 성장하면서 지난 2013년 4분기 5.78%에 이르렀던 고정이하자산 비율은 2020년 4분기 1.69%까지 줄었다. 이 기간 증권사들의 총자산 규모는 66조5821억원에서 156조1285억원으로 2.3배나 커졌다.

하지만, 2021~2022년 2년 연속 증권사들의 총자산 규모가 각각 150조392억원, 139조7726억원으로 줄어들었고, 고정이하자산 비율도 각 2.09%, 3.00%로 높아졌다.

자본건전성은 채무상환능력 등을 고려해 자산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으로 나눈다. 이중 고정이하 자산은 ‘부실자산’으로 구분한다. 고정이하자산 비율이 낮을 수록 자산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뜻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동학개미(국내 증시 소액 개인투자자)운동 등의 영향으로 발생한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부동산 PF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려던 증권사들이 익스포저(대출·보증 등 위험 노출액) 한도를 늘렸다”며 “이후 증권 업황 부진과 고금리, 부동산 PF 등에서 발생한 유동성 경색 등의 부담이 고스란히 증권사들에게 돌아온 꼴”이라고 평가했다.

위기 상황 속에서 버틸 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고정이하자산 비율이 높다는 점도 우려할 지점이다.

43개 증권사 중에선 고정이하자산 비율이 29.14%에 이르는 유화증권이 1위를 기록했고, DS투자증권이 11%로 뒤를 이었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8.75%), 유진투자증권(7.69%), 하이투자증권(6.97%)이 차례로 3~5위에 올랐다.

고정이하자산 비율이 전년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곳도 유화증권(20.55%p)이었다. 그 뒤를 하이투자증권(5.41%p), 코리아에셋투자증권(5.06%p), 다올투자증권(4.23%p), BNK투자증권(3.18%p) 순서로 따랐다.

눈에 띄는 점은 ‘대형사’로 꼽히는 신한투자증권이 고정이하자산 비율(4.88%·7위)과 전년대비 증가율(2.16%p·8위) 상위 10위권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정량적 기준으로 3개월 이상 연체 기한이 넘어갈 경우 고정이하자산으로 분류가 된다”며 “작년 증권 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한 자산에 대해선 선제적으로 고정이하자산에 편입하면서 비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빅(Big) 5’의 작년 4분기 기준 고정이하자산 비율 변동 추이 역시 미세하지만 엇갈렸다.

빅5의 고정이하자산 비율은 모두 전체 평균 3% 이하로 안정적이었다. 다만, NH투자증권과 KB증권의 고정이하자산 비율이 전년 대비 각각 0.89%포인트, 0.25%포인트 줄어든 반면, 한국투자증권(0.08%p), 미래에셋증권(0.27%p), 삼성증권(0.4%p)의 비율은 소폭 증가했다.

작년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 ‘1조원 클럽’을 달성했던 메리츠증권은 고정이하자산 비율이 2.38%로 빅5에 비해 높았지만, 전년 대비 1.16%포인트나 줄어들며 자산 건전성 강화에 속도를 높이는 모양새였다.

부동산 PF발(發) 유동성 경색 사태가 올 들어 완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증권사들의 자산 건전성이 장기간에 걸쳐 악화되고 있는 상황은 자산 부실 촉발로 인한 리스크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침체 국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언제든 추가적으로 부동산 PF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며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진 것도 문제”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소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고정이하자산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문제가 더 큰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도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사의 특성상 위기 과도한 브리지론 대출 등의 문제 등으로 위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특정 증권사의 문제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부실이 전이되면서 시스템 전반적인 리스크로 갈 확률은 낮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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