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우리은행장 후보 ‘60일의 오디션’...깜깜이 CEO 선임에 새바람 불까
평판조회 등 4단계 프로그램 평가
1차 후보군 4명...5월말 최종 선임

우리금융그룹이 최근 신임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에 ‘오디션’ 형식을 도입하면서 흔히 ‘깜깜이’로 불리던 국내은행 최고경영자(CEO) 선임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대내외적으로 금융권 인선 과정에 대한 ‘공정성’ 요구가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금융의 행보가 금융권 수장 선임의 트렌드를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24일 자회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이석태 우리은행 개인그룹장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그룹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등 4명을 은행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으로 선정했다.

자추위는 임종룡 신임 회장이 강조한 ‘영업력’과 ‘세대교체’라는 새로운 경영전략에 맞춰 그룹 내 주요 보직자를 후보군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1964~1965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피’에 속하며, 영업력 부문에서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금융의 주요 계파인 한일은행·상업은행 출신을 각 2명씩 추천해 균형을 맞춘 점도 눈길을 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오디션’ 형식의 단계별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4대 지주 중으론 처음 가동됐다는 점이다. 이들은 현재 직무를 수행하며 ▷전문가 심층인터뷰 ▷평판 조회 ▷업무역량 평가 ▷심층면접 등 총 4단계에 걸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에 의해 평가받게 된다. 우리금융은 두 달이 소요되는 선정 과정을 통해 5월 말 최종 후보자를 선임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과정을 통해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 선발을 위한 경영승계 프로그램의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의 변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시중은행과 차별점이 크기 때문이다. 4대 은행 중 우리은행을 제외한 3곳(KB국민·신한·하나)의 은행장들은 유사한 선임 절차를 거쳤다.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에서 최종 후보자를 선정 및 발표하고, 이를 은행 이사회서 선임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과 같이 공개 검증 과정을 거치거나 다수 후보군을 공식 발표한 경우는 없었다. 특히 ‘거수기’로 불리는 사외이사들로 위원회가 꾸려지는 경우가 많은 탓에, 개인의 능력보다는 수뇌부의 파벌이나 계파에 따른 선임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됐다.

우리금융의 변화 또한 임 회장의 혁신 의지와 별개로 공정성·투명성에 대한 내외부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임 회장이 선임될 당시 있었던 논란을 상쇄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금융위원장 출신인 임 회장은 후보군에 거론된 때부터 ‘모피아’ 비판에 시달려왔다. 또 사실상 2주 만에 회장 선임이 이뤄진 까닭에 선임 절차에 대한 객관성 논란도 이어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숏리스트가 일주일 만에 결정되는 과정에서 적정한 시간이 확보됐는지 걱정이 있다”고 비판적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은행장 선출에 ‘오디션’ 과정이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DGB금융은 최근 두 번의 대구은행장 선출 과정에서 모두 오디션 방식의 CEO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20년 선출 당시에는 총 19명의 후보가 계열사 OJT, 어학연수, CEO 아카데미 등 여러 단계에 거친 평가를 받았다. 이에 내부 직원들은 물론 후보들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며, 향후 예정된 그룹 내 CEO 선임 과정에서도 해당 프로그램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4대 금융지주 중 한 곳이 새로운 시도를 시작한 만큼, 공개 검증 방식이 금융권 CEO 선임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금융지주도 우리은행장 선출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추후 평가에 따라 다른 금융권의 변화도 나타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