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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88%가 만족한 비대면 진료 ‘반쪽짜리’ 전락
당정, 시범사업 세부방안 발표
초진은 금지 재진만 허용...약배송도 제외
3년동안 1379만명 이용, 의료 접근성 개선
관련산업 고사 위기...글로벌 경쟁력 후퇴
당정 협의회를 통해 발표한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 추진 방안에 따르면 오는 6월 1일부터 비대면 진료를 통한 초진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재진도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해당 질환에 대해 1회 이상 대면 진료한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에게만 허용된다. 사진은 비대면진료 모습. [헤럴드DB]

지난 3년 간 국민의 88%가 만족스럽게 이용해온 비대면 진료가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사실상 초진을 배제하고 재진만 허용토록 했기 때문이다. 비대면 진료 약배송도 예외 상황에서만 허용된다. 이대로 법제화되면 국내 비대면 진료 관련 기업의 80%가 줄도산하는 것은 물론 국내 원격의료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상실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18일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가 당정 협의회를 통해 발표한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 추진 방안에 따르면 오는 6월 1일부터 비대면 진료를 통한 초진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재진도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해당 질환에 대해 1회 이상 대면 진료한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에게만 허용된다.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 기타 질환자는 30일 이내에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어야 한다. 감염병 확진자와 65세 이상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의료기관이 부족한 섬·벽지 환자에게만 비대면 초진이 허용된다. 약 배송도 예외 상황에서만 허용된다.

보건당국은 지난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기관 내 감염을 막기 위해 한시 허용했다. 지난 3년간 1379만명이 비대면 진료를 이용했다. 이용 건수가 3661만 건에 달한다. 국민 의료접근성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건산업진흥원이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각각 87.8%와 87.9%가 다시 활용 의향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하지만 6월부터 코로나19 위기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되면 비대면진료는 중단된다. 정부는 의료법을 고쳐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려 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신 시범 사업으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당정이 ‘재진 원칙’을 내세우면서 대다수 초진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없게 됐고, 거동불편자 등이 아니면 약 배달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3년 동안 88%에 달하는 국민 대다수가 만족스럽게 이용해왔던 비대면 진료는 사실상 중단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비대면 진료 앱 이용자의 99%가 감기 등 경증으로 찾는 초진 환자이기 때문이다. 국민 불편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이고 비대면 진료 플랫폼 스타트업 30곳 중 24곳이 고사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시범사업에서 사실상 초진이 제외되면서 사업 전환에 나선 기업들도 존재한다. 비대면 질염 및 성병 자가 검사 키트 ‘체킷’ 서비스를 운영하는 쓰리제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시범사업에서 초진이 빠질 것이란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한 지난달부터 사업 전환에 돌입했다. 질염 등 성병 환자의 경우 자가 검진 키트라는 서비스 특성상 의사를 대면하고 싶지 않은 이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대다수 이용자들이 초진인데, 초진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해당 서비스는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쓰리제이 측 설명이다.

약 배송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선 ‘앞뒤가 맞지 않은 정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약사단체들은 약 배송 허용을 지속해서 반대하고 있지만 환자 입장에선비대면 진료를 받고 약을 나가서 받는다면, 굳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비대면 진료를 받는 국민 대부분은 경증 진료인 만큼 약 배송이 서비스에서 빠진다면 이용자들의 편의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뷰 규제 탓에 국내 비대면 진료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이 후퇴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22년 보건의료·산업기술수준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비대면 진료 기술 수준은 공동 4위다. 2016년 평가에서 5위였던 중국이 치고 올라오며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6년엔 미국, 일본, 유럽에 이어 단독 4위였다. 규제가 국내 기술 발전을 막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삼성전자 갤럭시 워치의 불규칙 심장 리듬(부정맥) 알림(IHRN) 기능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즉각적 의료 조치’에 쓰고 있지만, 정작 삼성전자의 안방인 국내에선 쓸 수 없다.

정부는 이달 중 관련 단체 등과의 협의를 거쳐 시범사업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며, 8월 말까지 3개월간 계도기간도 둘 예정이다.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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