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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중국 경제…돈 풀면 해결 될까? [홍길용의 화식열전]
성장 중독으로 투자→투기…증시 이어 부동산 거품 키워
복지부족·고령화→저축집착,기업효율↓…소득·소비 제약
과잉투자·부실규모 너무 커 구조개선 수반돼야 해결가능
시진핑 정보통제 강화…시장신뢰 잃으면 장기침체 위험↑

중국 정부가 디플레이션(deflation) 진입과 부동산개발사의 채무불이행(default), 투자금융회사의 상환불이행 등 잇딴 경제 악재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부동산과 밀접하게 연결된 지방정부 소유 금융회사의 채권을 매입하고 기준금리를 낮춰 은행들이 시장에 돈을 풀도록 했다. 기업들은 자사주를 매입하고, 금융회사들은 주식을 팔지 말라고까지 지시(?)했다고 한다.

경제에는 늘 위험이 존재한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되기도 있고 기회로 반전되기도 한다. 큰 위기 때마다 큰 수익을 낼 기회가 있었던 이유다. 중국 정부의 대응이 적절하고 충분한지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게 중요하다. 진단이 정확해야 제대로 된 처방도 가능하다. 치료가 잘못되면 더 큰 화가 되기도 한다. 대증적인 미봉책인지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수술인지 살필 필요가 있다.

중국은 1990년대 개혁개방 이후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인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현대적 인프라 수요가 커졌다. 소득이 높아진 인민들도 더 나은 생활환경을 바라게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되며 중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낮아진다. 중국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내수와 소비진작에 나선다.

주택건설이 급증하고 도로와 철도 등 사회기반시설(SOC) 투자가 급증한다. 이 과정에서 특히 두 시장이 부양됐는데 주식과 부동산이다. 소비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커 자산 효과와 내수파급력이 큰 산업이다. 하지만 부양이 지나치면 거품 위험도 큰 부문이다. 미국의 1990년대 인터넷 버블과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도 결국 증시와 부동산의 문제였다.

2014년 6월 2000을 간신히 넘던 상해종합지수는 2015년 6월 5178까지 폭등한 후 폭락한다. 정부의 부양책에 가려졌던 기업들의 거품이 태양광 기업들의 부실로 드러나면서 투매로 이어졌다. 이해 9월 2000선이 무너졌고 2016년 2월 2600선까지 밀린다. 이후에는 2018년 3600선에 접근했던 게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상해종합지수는 3100선이니 7년간 채 20%도 오르지 못한 셈이다.

2021년 자산기준 중국 최대 건설사인 헝다(恒大)가 정부의 부동산 개발사 대출 규제로 파산위기에 처한다. 중국 정부는 헝다를 살리지도 죽이지도 못했고 그 와중에 올해 비구이위안(碧桂園) 위안양(遠洋) 등에서도 채무불이행 사태가 터졌다. 특히 중롱국제신탁(Zhongrong International Trust)에서 지급불능에 빠지면서 부동산 부실이 금융시스템으로까지 번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한때 중국 부자 순위는 부동산개발업자들이 휩쓸었다. 부동산이 떼돈을 벌자 너도나도 달려들었고 지방정부까지 뛰어들었다. 세계은행 통계를 보면 2008년~2021년 동안 인프라와 유형자산 등에 중국이 투자한 액수는 국내총생산(GDP)의 44%에 달한다. 미국이 20%, 전세계 평균이 25%이니 어마어마한 쏠림이다. 문제는 팔리지도, 쓰이지도 않는 집과 인프라까지 지어진 데 있다.

2018년 1도시지역 아파트의 5분의 1인 1억3000만 채(중국 남서대학교 추정)가 팔리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밖에도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공항 등을 건설하는 데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갔다. 1인당 GDP가 7200달러에 불과한 귀주성 무려 1700개의 다리와 11곳의 공항을 건설했을 정도다. 자금은 은행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한 그림자금융을 통해 조달됐다. 지방정부까지 앞장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지방정부금융회사(LGFV) 빚만 9조 달러에 달한다. 미국 조사기업 로디움그룹은 중국 LGFV의 20% 정도만 단기채무에 대해 상환능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했다. 과잉 부동산이 팔리고 SOC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도록 하려면 결국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이에따라 소득과 소비가 늘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소득이 늘려면 생산활동이 활발해져야 한다. 미중 갈등과 미국을 제외한 지역의 경기침체로 중국산 제품의 수출 길이 막히고 있다. 가파른 임금상승으로 중국 기업들의 생산성은 하락하고 있다. 소득은 늘었지만 고령화는 빠르고 노후보장제도가 미비해 저축율이 높다. 소비 증가가 제한적인 이유다. 최근 디플레이션 우려는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공급과잉에도 부동산회사와 금융회사들이 버티도록 하려면 결국 누군가 비용을 치러야 한다.인민들에게 투자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 인민들의 생활·노후자금을 돈을 돌려주지 못한다면 정치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일단 은행을 통한 유동성 공급으로 급한 불만 끄고 경기가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변수가 하나 있다. 정보의 비대칭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경제와 관련된 불안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언론 통제에 나섰다. 청년 실업률 등 여론이 민감해할 수 있는 각종 통계도 발표를 중단했다. 대만에 대한 무력시위는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이같은 접근은 자칫 위험(risk)을 불확실성(uncertainty)로 악화시키는 악수일 수 있다. 더 많은 글로벌 기업과 투자기회가 중국에서 이탈하면 상황은 더 나빠지게 된다.

2015년 중국 주식시장이 무너지며 글로벌 증시도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 경제가 위기에 처하면 글로벌 경제에도 심각한 위협이다. 현재 중국의 경제난은 돈으로만 막기에는 부실의 규모가 너무 크다.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 돈을 얼마나 투입하는가 보다는 시장의 이해를 얻을 조치들이 필요하다. 정책은 정치에서 비롯되는데, 현재 중국의 권력구조에서는 유연함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 정부가 리먼브라더스를 살려두지 않고 파산시키면서 얼마나 큰 비용을 치렀는 지 중국도 잘 알고 있다. 아마 기업 파산으로 금융시스템이 타격을 입는 상황은 피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안은 구조적 문제에 제대로 접근하고 대응하지 못한다면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과 공장이 동시에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경제도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20년간 글로벌 경제는 미국의 기술혁신과 중국으로 인한 낮은 인플레이션으로 호황을 누렸다. 중국 효과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미국은 연준은 긴축하는데 연방정부는 재정을 확장하고 있다. 주식 보다 채권을, 시세차익 보다는 수익(yield)과 현금흐름을 눈여겨 볼 때다. 주식은 미래 유망 기술에서 절대우위를 가진 기업들이 가격조정을 겪을 때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괜챃아 보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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