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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코비트, 20년 만 태영그룹 떠날 준비…'3조' 몸값 시각차 [딜있슈]
지배주주 교체 거쳐 TY·KKR 안착 4년차
M&A 활용 종합환경기업 발돋움
인수후보 PE 유력, 딜 성사 '물음표'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핵심 매물로 종합환경기업 에코비트를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조 단위 거래 규모가 갖는 무게감은 물론 태영그룹과 그 채권단, 사모펀드(PEF) 운용사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돈줄'이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에코비트의 공동 주주는 태영그룹 지주회사인 TY홀딩스(티와이홀딩스)와 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다. PE를 지배주주로 둔 만큼 M&A 가능성에 항상 노출돼 왔다. 그러나 2022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국내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에코비트의 매각 시기는 예상보다 앞당겨졌다.

태영그룹의 태영건설은 부동산 개발사업 PF 우발채무가 현실화되면서 자금난에 빠졌고 결국 올해 1월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태영그룹이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인 에코비트는 태영건설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된 상태다. 그 결과 에코비트는 20년간 동행한 태영그룹을 떠날 준비에 한창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에코비트의 새 주인 등장 여부에 쏠리고 있다.

▶M&A 활용 종합환경기업 발돋움, 희망 몸값은 3조=에코비트의 새로운 주인 찾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에코비트는 2004년 태영환경으로 출범한 이후 여섯 차례 상호를 바꿨다. 초기 태영건설의 완전 자회사로 수처리 사업에 주력하다 2010년에는 SK디스커버리(옛 SK케미칼)와 SK에코플랜트(SK건설)의 출자를 받기도 했다.

2019년 TSK코퍼레이션 시절에는 삼양그룹의 휴비스워터를 합병하면서 휴비스를 새로운 주주로 맞이했다. 태영·SK·삼양 3사의 합작 관계가 종료된 것은 2020년이다. 그해 SK와 삼양이 에코비트 지분 약 37%를 KKR에 4410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에코비트는 KKR 보유 기업과 합병 등을 거쳐 현재 태영그룹의 TY홀딩스, KKR의 공동 주주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수처리 사업 비중이 높던 에코비트는 M&A를 통해 폐기물 처리 사업 역량을 꾸준히 키워왔다. KKR을 만난 이후 의료 폐기물 등 사업 분야가 넓어지며 종합환경기업의 정체성을 강화했다. KKR의 에코비트 투자 원금은 1조3000억원대를 기록 중이다. 투자금 회수 성과를 감안해 에코비트 희망 매각가는 3조원대로 언급되고 있다.

▶EBITDA의 함정, FI 위주 원매자 한계=에코비트의 현금창출력은 개선되는 추세다. 2020년 연결기준 1568억원이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 2008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폐기물 매립 사업의 EBITDA 기여도가 50%를 초과하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에코비트 사업부는 ▷에너지(폐기물 소각) ▷그린(매립) ▷워터(수처리) ▷미래(재활용) 등 네 분야로 구성됐다. 지난해 매출 기여도는 수처리 사업부가 53%로 가장 높다. 에코비트 IR 자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기준 매출 기여도는 연간치와 유사하며 EBITDA의 53%는 매립 사업부에서 나왔다. 그만큼 폐기물 매립의 잔존 용량을 소진하며 수익을 냈다는 뜻이다.

폐기물 매립 사업은 잔존 용량 기준으로 미래 현금흐름을 가정해 몸값을 산출한다. 에코비트 잔존 용량이 외부에 공개되진 않았으나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폐기물 매립업체 제이엔텍보다는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만큼 밸류 책정에는 비우호적인 상황이다.

에코비트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처리 사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역시 3조원 몸값을 설득하기엔 한계가 따르는 상황이다. 사업부 별로 시장 멀티플(거래배수)가 제각각인만큼 밸류에이션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에코비트의 매각 주관사인 UBS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안내서(티저레터) 배포를 마쳤다. 자산 운용 규모가 크거나 환경 기업 투자 경험을 가진 PE 등 재무적투자자(FI) 위주로 인수 후보군이 추려진 상태다.

물론 인수 이후 기업가치 제고와 투자금 회수에 나서는 PE의 전략을 고려하면 에코비트 딜 성사를 낙관할 수는 없다. 매도자 측 희망가격에 맞춰 3조원에 인수할 경우 에코비트 기업가치를 4조원대 이상으로 키워야 투자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마땅한 잠재 인수 후보가 없어 출구 전략을 세우기 어렵다는 평가다.

에코비트 매각이 성사돼야 태영건설의 채권단인 KDB산업은행 등이 대여금을 일부 회수할 수 있다. 동시에 태영그룹 구조조정에 힘을 실어준 KKR 역시 에코비트 투자금과 수익을 챙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내달 11일까지 지속된다. 약 1개월 남은 시점에서 에코비트 매각이 어떤 방식으로 결론 날지 주목되고 있다.

ar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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