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에서 공습으로 숨진 엄마의 배 속에 있던 한 아기가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극적으로 생명을 건졌다. [로이터TV 영상 캡처]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이스라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엄마와 아빠, 4살짜리 딸이 몰살되는 비극 속에서 뱃속 생명이 살아남는 기적이 일어났다.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자정 무렵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숨진 엄마 배 속에 있던 1.4㎏ 아기가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극적으로 세상에 나왔다. 임신 30주였던 아기 엄마 사브린 알사카니와 그의 남편, 4살짜리 딸이 사망한 뒤였다.

응급 대원들은 시신을 급히 인근 쿠웨이트 병원으로 이송했고, 의료진은 제왕절개 수술로 엄마의 배 속에 있던 아기를 꺼냈다.

아기는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아기는 현재 아랍에미리트 병원으로 옮겨져 인큐베이터에서 회복 중이다.

이 병원의 의사 모하마드 살라메는 "아기의 건강은 어느 정도 회복됐다고 말할 수 있지만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아기가 3~4주 동안 입원 생활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아이는 엄마의 배 속에 있어야 했지만, 그 권리를 박탈당했다"며 "가장 큰 비극은 이 아기가 생명은 건졌지만, 고아로 태어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진 엄마 뱃속에 있던 30주 아기가 제왕절개로 생명을 건진 후 가자지구 라파의 한 병원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받는 모습. [AP]

아기의 이름은 엄마를 따라 '사브린 주다'로 지어졌다.

아기의 삼촌은 이번 공습으로 숨진 4살 조카를 떠올리며 "아기의 언니는 여동생이 세상에 온다는 사실에 기뻐했었다"고 말했다. 아기의 친할머니는 "이 아기는 나의 사랑, 나의 영혼이고 내 아들에 대한 추억"이라며 "내가 이 아이를 돌볼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날 밤사이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습으로 주택 2채가 타격을 받으면서 알사카니 가족을 포함해 총 19명이 숨졌다. 알사카니의 집 이외에 공습받은 또 다른 주택에서도 어린이 13명과 여성 2명 등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최남단 국경도시인 라파에 하마스 지도부와 잔당이 은신해 있을 것으로 보고 이 지역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라파 진입 작전이 필수적이라며 지상 작전을 예고해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연설을 통해 "불행히도 하마스는 모든 인질 석방 제안을 거절했다"고 비판하며 "우리는 하마스를 고통스럽게 타격할 것이다.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가자전쟁 재격화를 예고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약 140만명의 피란민이 몰린 라파에서 시가전이 벌어질 경우 엄청난 인명피해가 예상된다며 이스라엘을 만류하고 있다.